나는야 행복을 꿈꾸는 밥데렐라 ~ (최우수작)
나는야 행복을 꿈꾸는 밥데렐라 ~ (최우수작)
  • 성승환 기자
  • 승인 2019.07.19 18: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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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의 여름을, 두 번의 가을을, 두 번의 겨울을 보내고 세 번째 봄을 맞이하는 올해도 어김없이 저수지를 지나 서너 곳의 마을을 거쳐 12km(왕복 24km)의 길을 설레는 마음으로 빵도 사고, 과자도 사고, 떡도 사고, 가끔은 여럿이 함께 먹을 수 있도록 김밥을 싸기도 하면서 월요일 오후 세 시간의 소풍을 다닌다.

3년 전 새로운 시작과 도전 앞에 항상 부딪히는 건 시간이었다. 시간에 맞는 과목을 선택해야 했다. 아침 7시, 점심 12시, 저녁 6시, 언제나 어김없이 세끼 식사를 차려야 하는 시간이다. 시부모님과 한 공간에서 한길을 걷고 있는 큰며느리이기에, 더구나 어머님은 덩치 큰 아기가 되어버리신지 오래. 다들 겁을 내고 두려워하는 몹쓸 병, 치매가 오신지 오랜 시간이 되었다. 그러기에 나에게서 취미생활이란 것은 쉽게 선택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잠시라도 이 공간을 벗어나고 싶은 마음에 식사 때를 피해 할 수 있는 시간표가 한지 공예였다.

월요일 세 시간의 여유를 위해 좀 더 부지런히 움직여 보지만, 어머님의 예견치 못했던 말썽의 뒤처리가 힘들었고, 땀 냄새, 반찬 냄새 풀풀 풍기며 옷을 갈아입을 여유조차 없이 썬 크림도 못 바르고 바쁘게 가야될 때마다 ‘굳이 이렇게 까지 하면서 도망치려 하나?’ 하는 생각에 포기하고 싶은 고민을 할 때도 있었지만, 나보다 더 먼 거리(구미)에서 오시는 애살맞고, 열정적인, 한 가지라도 더 가르쳐주시려는 선생님이 있었고, 열심히 배우는 수강생(언니, 동생)분들, 그리고 이웃집에서 같이 수강 신청해 열심히 하는 예쁜 이웃 동생 미정씨가 용기를 주며 늘 손을 잡아주었기에 그 세월이 벌써 3년차 수강생이다.

오늘도 작품에 혼고 열정을 담으며 최선을 다하기에 하나씩, 둘씩 빚어낸 지구상에 오직 한 개밖에 없는 나의 작품들이 탄생하고 있다. 완성품을 들고 귀가할 때면(아직은 선생님의 손을 빌릴 때도 있지만) 아버님께서 껄껄 웃으시며 작품을 모아서 전시회를 해야겠다며 나를 고래로 만들기도 하신다.(칭찬은 고래도 춤을 추게 한다고...) 지금 우리 집엔 여러 개의 작품들이 많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작게는 연필꽂이, 휴지 곽에서 큰 건 제기장까지. 항상 작품을 끝내고 나면 다음 작품에 대한 기대로 설레게 된다.

‘부모님과 함께 산다는 것’참 어렵고 힘든 일이기는 하지만 그로 인해 더 즐거운 시간과 취미생활을 시작하였고, 꿈을 키울 수 있는 커다란 탈출구를 만들게 되었다. 작년에 3급 자격증을 취득하였고, 올해엔 2급을 도전하고 있다. 그래도 요즘은 어머님에 대한 걱정은 조금 내려놓게 되었다. 4개월 전부터 주간 보호센터를 다니고 계신다. 아침에 챙겨 보내는 일은 더 바빠졌지만, 모두가 마음이 여유로워지셨다. 아버님도, 남편도 그리고 나도.... 앞으로도 나는 반찬냄새 풀풀 풍기며 시간되면 밥을 하러 바삐 들어와야 되는 행복을 꿈꾸는 밥데렐라다.

- 금산자치종합대학 한지공예과정 수강생 김연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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