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정권은 뱀과 같다
독재정권은 뱀과 같다
  • 나창호 전 부여군 부군수
  • 승인 2019.10.14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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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창호. 수필가, 전 부여군 부군수, 문예마을 부대표-
나창호 수필가, 前 부여군 부군수
나창호 수필가, 前 부여군 부군수

뱀을 애완동물로 키우는 독특한 취미를 가진 사람이 없지는 않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뱀을 싫어할 것이다. 생김새가 징그럽고 혐오감을 주기 때문이다. 예상치 못한 장소에서 갑작스레 뱀을 만나면 누구라도 흠칫 놀라기 마련이다.

어느 날인가 20여 년 전 사무관 때 태안군에서 같이 근무했던 K 전 과장과 동네 앞산을 산행하고 내려오던 길에, 상가주택지 근처 산 초입께의 좁은 길에서 뱀을 만난 일이 있다. 앞장섰던 K 전 과장이 “뱀이다.”하며 뒤로 흠칫 물러서는 바람에 바로 뒤따르던 필자도 덩달아 놀랐었다.

뱀은 중질크기로 녹색에 목덜미가 알록달록한 꽃뱀(花蛇)이었다. 산속에 먹을거리가 없어서 주택지 근처까지 내려오지 않았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배가 홀쭉했던 것이다. 두 갈래로 갈라진 혀를 연신 날름대며 구불구불 기어가는 뱀은 역시 징그럽고 보기가 싫었다.

필자가 어렸을 때에는 집 근처고, 들이고, 산이고 간에 뱀들이 흔했었고, 꽃뱀은 물론 구렁이, 능구렁이, 물뱀, 독사와 같은 뱀들이 참 많았었다. 하지만 지금은 뱀을 보기가 그리 쉽지 않다. 옛날처럼 개구리나 맹꽁이, 들쥐, 집쥐 같은 뱀의 먹이거리가 적어졌기 때문일 것이다. 생태계가 많이 변한 탓이라 생각된다.

코스모스가 한창 피기 시작하던 지난 달 9월의 초순경으로 짐작된다. 필자가 소속되어 있는 문예마을-문예지 이름이면서 회원모임 이름이기도 하다-홍보국장 송 시인이 오는 9.27부터 개최되는 장동 계족산 코스모스축제에 회원 시화전을 열기로 했는데 출품작이 얼마 되지 않는다며 걱정하고 있었다. 축제가 끝난 후에도 10.12일까지 계속해서 전시할 계획인데 예상하는 3-40편에 훨씬 못 미친다는 것이었다.

시인으로 등단은 했지만 시는 가끔씩 쓸 뿐이고, 수필을 주로 써오던 필자는 망설임 끝에 출품 시 한편을 송 시인의 카톡인지 문예마을 밴드인지에 올렸다. 명색이 부대표를 맡고 있는데 마냥 외면할 수가 없었다. 수준이 좀 떨어지더라도 출품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시 제목은 바로 그 징그러운 ‘뱀’이었다. 지난번에 봤던 뱀의 모습과 어릴 적에 겪었던 기억들을 되살려 쓴 짧은 시였다. 수준이 떨어지지만 옮겨본다.

길고 징그럽다

똬리를 틀어도 징그럽고

길게 뻗쳐도 징그럽다

나와는 전생에 원수지간이었나 보다

이 잡것이 그냥 기어가는 것도 보기 싫은데

행여 고개라도 쳐들고 노려보면 섬찟하다

그런데 필자의 시를 읽은 여류시인 한 분이 카톡으로 문자를 보내왔다. 같은 제목의 ‘뱀’ 시라는데 내용이 단지 ‘너무 길다’ 네 글자뿐이었다. 쥘 르나르의 시로 세계에서 가장 짧은 시지만 독재에 항거한 시라고 했다.

필자는 혹시 히틀러의 나치 독재정권에 항거한 시가 아닌가하고 인터넷을 검색해보았다. 나치에 항거한 시라는 글이 더러 실려는 있었지만 사실에 부합하지는 않았다.

히틀러가 나치스 독재정권의 길을 연 것은 1933년 1월30일 바이마르공화국의 제2대 대통령 힌덴부르크로부터 독일수상에 지명되고, 이듬해 고령의 힌덴부르크가 사망하자 대통령의 지위를 겸하는 총통의 자리에 올랐기 때문인데, 프랑스의 소설가이자 극작가인 쥘 르나르-유명 작품으로 홍당무, 포도밭의 재배자 등이 있다-는 이미 1910년 5월22일 사망했던 것이다. 나치 독재정권의 출현을 보지 못하고 먼저 사망한 사람이 독재에 항거하는 시를 쓸리는 없지 않은가.

그렇다면 왜 나치 독재정권에 항거한 시로 알려졌을까? 아마도 후세의 사람들이 나치 독재정권에 진저리치며 이 시를 독재에 항거한 시라고 잘못 알았거나, 차용해서 그리 여겼지 않았나 싶다. 아니면 유태인들이 히틀러를 징그러운 뱀으로 여기고, 잔혹한 나치 독재정권이 이 시처럼 ‘너무 길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켜 수천만 명의 인명피해를 가져오고, 유태인 600만 여명을 가스실에서 살해한 독일 나치정권은 분명 뱀처럼 징그럽고 뱀처럼 길게 느껴졌을 것이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는 사회에서 자유로운 삶을 살기를 원한다. 사회정의가 실현되고, 누구에게나 기회가 공평한 공정사회에서 살기를 원한다. 불의임을 알면서도 바로잡지 않고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는 사회는 정상의 사회가 아닌 비정상의 사회다. 민의가 수렴되는 사회가 아닌, 정권의 입맛대로 돌아가는 사회는 민주주의의 사회가 아닌 전체주의 사회이거나 독재주의의 사회다.

지금 우리나라가 이상해졌다. 처참하게 무너져 내리는 경제와, 안보 불안감은 차치하고라도 범법혐의를 받고 있는 피의자를 하필 법무부장관에 임명하면서부터다. 그의 처는 물론 모친, 동생, 아들, 딸, 처남, 5촌 조카까지 혐의 선상에 올라 구속되거나 검찰을 오가며 수사를 받고 있다. 그런데도 그는 떳떳하다며 염장을 지르고 있다. 철면피한 뻔뻔함에 국민들이 분노하고 있다.

지난 10.3 개천절과, 10.9 한글날에 수백만 명으로 추산되는 국민들이 서울거리에 집결해 그의 퇴진을 요구한 것이 이를 잘 증명한다. 하지만 현 정권은 눈을 가리고 귀를 막은 듯 모른 체하고 있다.

필자는 정권의 그릇된 판단과 처신에 대해 충고하거나 개선 방향을 제시할 능력이 없고, 그리하고 싶은 마음도 없다. 대신 옛 중국 주나라를 여는데 나침판 역할을 한 강태공이 지었다는 육도(六韜)와, 초의 항우와 유방이 천하를 다툴 때 유방의 편을 들어 한나라를 세우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지략가 장량의 스승 황석공이 지었다는 삼략(三略)을, 유동환이 번역해 옮긴 「육도·삼략」에 나오는 글귀를 따와 이 글을 마치려고 한다.

『군참(軍讖)에 이런 말이 있다. 착한 사람을 칭찬하면서도 제대로 뽑아서 쓰지 못하고, 악한 사람을 미워하면서도 제대로 물리치지 못한다. 현명한 사람이 쓰이지 못해서 묻히고, 어리석은 자가 높은 자리에 오르면 나라는 반드시 해를 입게 된다.』 -삼략 상편.

「한 사람에게 이익을 주려고 백 사람에게 해를 끼치면, 백성들이 고을을 지키지 않고 떠나 버린다. 한 사람에게 이익을 주려고 만 사람에게 해를 끼치면,

온 백성이 모두 나라를 버리고 흩어질 생각만 품게 된다. 한 사람을 제거하여 백 사람을 이롭게 하면, 백성들이 그 은혜를 고이 간직한다. 한 사람을 제거하여 만 사람을 이롭게 하면, 정치가 어려운 지경에 빠지지 않고 잘 다스려진다.」-삼략 하편. 필자는 그저 현 정권이 국민들에게 뱀처럼 징그럽고 뱀처럼 길게 느껴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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