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풍샘의 교육칼럼1] 교육문화의 도시, 금산을 꿈꾼다
[생풍샘의 교육칼럼1] 교육문화의 도시, 금산을 꿈꾼다
  • 박한배 별무리교육연구소장
  • 승인 2020.03.30 19: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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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한배 별무리교육연구소장
박한배 별무리교육연구소장
박한배 별무리교육연구소장

대한민국은 빠르고 정확했다.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한국의 모범 대처 사례는 온 세계의 기준이 되고 있다. 미국의 현장 교사들은 한국의 사례를 교과서로 제작하여 미국 학교 전역에 배포하고 있다. 아직 그 모든 대처와 과정의 성패를 예단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위기에 대처한 대한민국 국민의 질서의식과 참여의식은 세계 최고임이 입증되었다.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위기 앞에서 강했다. 왕의 도피는 빨랐고, 국가 시스템은 허무하게 무너졌어도 민초들의 지혜와 충정은 깊고 견고했다. 공동체의 위기를 극복한 민초들의 높고 푸른 그 의식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우리가 살고 있는 금산도 위기라고 한다. 가파른 인구 절벽 속에 금산은 최근 3년 사이 1개 면이 없어지는 정도의 인구감소를 나타냈다. 젊은 부부는 교육을 위해 인근 대도시로 떠나고, 인삼 산업 외에 더 이상의 산업이 뿌리내리기엔 어려운 환경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구시장은 텅텅 비어 가고, 소규모 영세 상인들은 죽지 못해 산다고 한다. 또한 몇몇 면단위 초등학교의 학생수 감소와 폐교 위기의 소식은 지역 사회 공동체의 위축과 명맥의 단절로 이어지는 암울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위기 극복을 위한 신의 한수는 바로 사람을 키우는 일이다. 교육은 백년이 아니라 천년의 미래를 대비하는 일이다. 천혜 자연을 물려받은 금수강산, 금산은 사람 모양의 인삼 뿐 아니라 진짜 사람이 잘 자랄 수 있는 곳이다. 최근 10여 년 사이 금산에는 전국적 규모의 대안학교 4개(사사학교, 간디학교, 레드스쿨, 별무리학교)가 자리를 잡았다.

800여명의 학생들과 교직원들의 가족까지 합치면 2000명 정도의 인구 유입효과가 있었다. 그 학교들이 한 해 지역사회에서 소비하는 지출 규모는 약 100억 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교육으로 인해 인구가 역유입되는 현상이자 교육을 통한 지역 경제가 살아나는 작지만 희망적인 신호이다. 반갑고도 이례적인 일이다.

남일면 신동리에 자리한 별무리마을과 별무리학교는 교육을 테마로 한 인구유입을 실현한 성공적 사례로 손꼽히고 있다. 마을 한 가운데에는 현재 300명에 달하는 학생이 다니는 대안학교가 있고 그 주변으로 120여 명의 주민들이 살고 있다. 마을은 학생들로 가득하고, 활기가 넘친다.

마을과 학교는 교육을 위한 상생의 파트너십을 갖고 긴밀한 상호작용을 하고 있다. 한편, 별무리학교는 2016년부터 고교학점제 시스템을 자체 개발하여 성공적으로 운영 중이며, 2025년 전국적으로 도입 예정인 고교학점제의 좋은 사례가 되고 있다. 마을과 학교는 정부 관련 연구원들과 관료들 뿐 아니라 각급 현장 교사들이 연중 찾으며 탐방하는 교육 명소가 되고 있다.

금산은 사람 모양의 인삼이 잘 자라는 자연환경인 동시에 진짜 사람이 잘 자랄 수 있는 곳이다. 중용은 교육의 입지조건으로 ‘자연환경과 인문환경의 적절한 거리’를 말하고 있다. 금산이야말로 청정 자연과 첨단 도시가 인접한 지역이다. 전국 어디에서나 두 세시간이면 닿을 수 있는 곳이다.

자연적 인프라와 인문적 인프라가 풍성하고도 긴밀히 자리한 천혜 교육환경을 갖춘 곳이다. 뿐만 아니라 금산 땅 곳곳은 충절의 정신이 그윽이 깃들어 있고 여전히 절개를 지키고 고향을 사랑하는 참스승이 많은 곳이다. 우리 금산이야말로 인삼처럼 건강하고 많은 이들을 이롭게 하는 사람을 잘 키울 수 있는 최적의 땅이다.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고 국가를 위기 속에서 구하는 것도 결국 사람이다. 사람을 잘 키워내는 학교가 많은 곳, 교육과 문화의 인프라가 풍성한 금산, 모든 산과 골짜기, 동네마다 아이들이 북적이고 거리에는 젊은이들이 가득한 곳, 미래 인재들을 키워내는 교육의 도시 금산이 되는 날을 꿈꾸어 본다. ‘하면 된다’는 허공의 구호가 아니라 ‘하면 는다’라는 설천의 성장 마인드를 제안해 본다. 지금의 위기를 극복할 아주 작은 실천과 정책, 한 걸음을 옮겨보는 민초들의 높고 푸른 지혜가 절실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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