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촌 소규모 학교, 통폐합이 답일까?
농어촌 소규모 학교, 통폐합이 답일까?
  • 정주형 인턴기자
  • 승인 2020.08.02 23:34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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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최근 금산지역 학부모들 사이에서 군내 4개 중학교 통폐합 논의
ㅣ해당 지역 주민들, 학교 통폐합으로 지역사회 황폐화 마을 소멸 우려...
ㅣ교육부, 소규모 학교 정책 `통폐합'에서 `지원 강화'로 전환
올해 청양지역 3개 학교가 통폐합한 정산중학교
올해 청양지역 3개 학교가 통폐합한 정산중학교

최근 군내 3개 중학교(진산, 복수, 부리)를 폐교하고 금산 중고등학교에서 금산 중학교를 분리해 금산 시내 인근에 새로운 기숙형 중학교를 설립한다는 이야기가 학부모들 사이에서 나돌고 있다.

이에 대해 성승환 금산군학교운영협의회장은 “최근 몇 년 사이 금산군 출생 아동이 급격히 줄어 가까운 미래에 면단위 학교들은 자연 폐교될 위기에 놓여있다.”며 “소규모 학교에 대한 지원도 교육부에선 점점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이럴 바엔 학교들을 통폐합해 지원을 받는 쪽으로 학부모들 사이에서 논의된 바 있었다.”라고 밝혔다.

또 성승환 회장은 “최근 군내 학생 수가 줄어듦으로써 교육시스템이 약화되는 부분이 많다.”면서 “한 예로 교사 인력 부족 문제로 순회교사(여러 가정이나 학교 이동 수업)가 늘어나 예체능뿐만 아닌 국어, 지리 같은 과목까지 순회교사제도가 적용돼 읍지역, 면지역 구분 않고 학생들이 많은 불편함을 겪고 있다.”라고 토로했다.

한편 충남도교육청 관계자는 금산지역 면단위 중학교 통폐합 및 기숙형 중학교 설립 문제는 현재 금산교육청이나 충남도교육청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논의된 적이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부 금산지역 학부모들 사이에서 공론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진산면 출신 최명수 군의원은 충남도교육청으로 확인해본 결과 이에 대해 구체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내용은 없었다는 답변을 들었다. 면서 ”설령 금산시내에 기숙형 중학교를 만든다고 해도 진산과 복수면의 경우는 금산읍보다는 가까운 대전지역으로 빠져나갈 가능성이 매우 높다."라고 말했다.

결국 금산 지역 학생인구 역유출로 “빈대 한 마리 잡으려다 초가삼간 다 태운다.”는 옛 속담이 현실이 될 수 있어 이 사안은 면지역의 공교육 기관이 없어지는 것으로 해당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예상되므로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이러한 논의가 나오고 있는 또 다른 이유는 무엇일까? 추진배경으로는 소규모 일반 학교에 비교해 적정규모 기숙형 중학교의 장점들이 있다.

대표적으로는 ▲순회교사(여러 가정이나 학교 이동 수업)로 대표되는 교사 인력 부족 문제 해결 ▲다양한 교우 관계 형성 ▲최신식 학교설비 ▲학교의 24시간 돌봄 ▲일탈방지 등이 있다.

여기에 교육부의 적정규모 학교 육성 정책에 따라 중고등학교의 경우 본교 폐지 시 90~110억 원(분교장은 20~40억 원) 가량의 돈을 지원하며 충북의 속리산 중학교를 시작으로 전국에 여러 개의 기숙형 중학교들이 생겨났다.

하지만 장점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한편에선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대표적으로 중학교를 기숙형으로 운영한다는 부분이 있다. 기숙사의 경우 사춘기 시기에 부모와 떨어져 지내는 것이 인성 형성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어서이다.

이에 대해 추부중학교 권영선 교장은 “중학교 교장의 입장으로 아이들이 정서·심리적, 신체적 성장의 단계를 봤을 때 중학교는 기숙사 환경과는 크게 어울리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 이유로는 중학생은 학년이 넘어갈수록 아이들이 신체적으로 급성장하는데 반해 중학교 선생님들이 기숙형 중학교의 생활지도, 상담 등 감당해내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또한 적정규모 이상 학생 수 유지를 위해 통폐합을 선택한다고 해도 학생 수는 여전히 감소할 수 있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현재 운영 중인 대다수 기숙형 중학교들이 학생 수 감소 문제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그 예로 괴산 오성중학교의 경우 통폐합 개교 당시 2013년 141명인 학생 수가 2014년 170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꾸준히 감소하다가 올해 전체 127명으로 줄어들었다.

농산어촌 지역 학령인구가 줄면서 입학생 확보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간혹 타 지역에서 자녀를 맡기는 경우도 있지만 그 숫자도 학생 수 감소를 대체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이 때문에 무조건 학교 통폐합보다는 적은 학생 수로도 양질의 교육을 제공할 수 있도록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금산의 경우 면단위 중학교 통폐합 후 기숙형 중학교가 금산읍으로 결정되면 대전 등 타 지역으로 빠져나가는 학생 수도 적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최명수 군의원은 진산중과 복수중의 통합은 검토해볼 만 하지만 금산읍까지는 힘들다고 입장을 밝혔다.

또 우려되는 사항으로는 ▲학생 통학 거리 증가 ▲기관 수 감소로 인한 교직원 인사이동 문제 ▲기관 수 감소로 인한 금산의 교육력, 행정력 약화 ▲지역주민들과 동문의 허탈감 증가 등이 있다.

계획의 타당성에 대해서도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진산, 복수, 부리중학교와 달리 금산중학교는 교육부의 적정규모 학교 육성 권고기준(면‧도서‧벽지지역: 60명, 읍지역 중등 180명 이하)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현행 교육부 적정규모 학교 육성 권고기준은 초등학교는 면/벽지 60명 이하, 읍지역 120명 이하, 도시지역 240명 이하이며 중·고등학교는 면/벽지 60명 이하, 읍지역 180명 이하, 도시지역 300명 이하다.

소규모 학교의 통폐합은 교육부 적정규모 학교 육성 권고 기준 이내 학교 가운데 여건이 조성돼 통폐합을 희망하는 학교로 학부모 2/3 이상 찬성하는 경우 추진한다.

신설 대체 이전은 농어촌과 도심 공동화로 학생수가 감소하는 지역 학교로 신설 수요 발생 지역으로의 이전 여건이 조성된 소규모 학교로 학부모 2/3 이상 찬성할 경우 추진할 수 있다.

경북교육청의 경우 1982년부터 이농과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농어촌지역의 소규모 학교를 통폐합하는 정책을 펴왔으나, 지난해부터 통폐합보다는 작은 학교를 보존하고 육성하는 정책에 역점을 두고 추진하고 있다.

또한 농산어촌 공동 교육과정 운영 등 교육과정과 수업지원, 농산어촌 성장학교 지원, 작은 학교 자유학구제, 작은 학교 가꾸기 등 고른 성장을 위한 작은 학교 살리기 통합 지원을 특색사업으로 운영하고 있다.

그동안 정부는 경제 논리만을 앞세워 농산어촌 지역의 소규모 학교 통폐합을 주도해 왔다. 실제 1982년부터 2015년까지 통폐합한 학교는 전국적으로 5,400여 개교에 달한다. 하지만 학교가 사라지면 지역사회도 무너졌다. 교육전문가들은 학교 폐교가 지역사회의 소멸을 앞당기는 첫 단추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단순히 경제논리나 숫자 개념으로 학교 통폐합을 추진할 게 아니라 인구절벽 시대를 맞아 학령인구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작은 학교를 없애기보다는 오히려 집중 지원을 통해 경쟁력을 키우는 등 교육 당국과 지역사회가 머리를 맞대고 상생방안을 찾아내야 한다.

한 교육전문가는 사설을 통해 “농산어촌 지역 학교는 단순히 학생들을 가르치는 곳이 아니다. 지역 공동체의 구심점이자 소통과 어울림의 공간이다. 작은 학교 살리기가 곧 지역 살리기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지난해 교육부 주명현 기획조정실장은 2019학년도 지방교육재정전략회의에서 교육부가 향후 학교 소멸이 지역 소멸로 이어지지 않도록 학교를 중심으로 한 지역교육 생태계 활성화 기반을 구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30년간 유지해 온 정부의 소규모 학교 정책이 `통폐합'에서 `지원 강화'로 전환하겠다는 뜻이다.

여기에 발맞춰 각 지자체에서도 통폐합만이 소규모 학교에 대한 유일한 해결책으로 보지 않고 각 지역과 학교의 특색에 맞는 교육을 통해 도·농간 교육격차를 해소할 수 있도록 「작은학교지원조례」또는 지원에 관한 조례를 만들어 나가고 있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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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포리 2020-08-14 12:07:16
전문성이 느껴지는 훌륭한 기사네요. 인턴기자님이 자료 조사를 열심히 하셨네요. 교육은 경제적 논리로만 판단해서 안 됨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주는 기사입니다.

진악사랑 2020-08-13 11:49:00
좋은 기사 감사합니다. 과정-논리-결론이 자연스럽게 흘러가네요. 그리고 보도자료 받아쓰는 수준이 아니라 손품과 발품을 판 흔적도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