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문유사(風聞遺事)-34
풍문유사(風聞遺事)-34
  • 임 솔
  • 승인 2018.07.10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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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종안 남일우체국장



남달리산악회를 하면서 느낀 것은 산에 가는 것도 좋은 일이지만 사람들을 만난다는 것이 어쩌면 더 좋은 일일지도 모른다. 그 사람들 중에 특히 찬송이 형을 만났다는 것은 나에게는 축복이었다.

사실 찬송이 형은 가까운 곳에 살면서도 잘 몰랐다 워낙 말이 없는 사람인지라 있는지 없는지도 모를 정도로 조용히 사는 분이라 더욱 그런 것 같았다. 그런데 만나고 보니 이건 산에 대해서는 워낙 안 가본 곳이 없고 가서 하루정도는 머물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였다.

가까운 곳에 가서 철 가리지 않고 비박을 하시기도 하고 밤에는 짐승들과 놀기도 하고 술을 마시면서 신선들과 대화도 하시는 아주 대단한 형님을 만난다는 것이 산에 가는 날을 기다리게 하는 것이었다.

이런 찬송이 형이 잘 어울리는 회원들이 따로 있었다. 찬송이 형이 워낙 술을 좋아하다보니 같이 산속에서 신령들을 모시고 사는 주모들을 불러 모아 같이 술 한 잔할 줄 아는 희명이 은구, 경열이를 무척이나 아끼고 좋아하신다. 산에 올라가서 점심을 먹으면서 소주 한잔하는 반주는 그야말로 기가 막힌 것이었다.

술을 마시지 못하는 나도 한잔 정도는 받아 마시면 짜르르한 것이 온 산의 기운이 술잔에 담겨 파고드는 듯한 묘한 기분이 들기도 했는데 찬송이 형은 술잔에 신령의 기운을 모두 담아 즐기는 것 같았다. 당이 있어 산에 오면 힘들어 하는 희명이는 술 한 잔에 기운을 차리는 그런 사람이었지만 그도 술이 한잔 들어가면 모든 기운을 받는 듯했다.

산에 심신의 건강을 위한 것이지만 일반적으로 식당이나 가정에서 마시는 술하고는 다른 것 같았다 하지만 산에서 마시는 술이라는 것이 물론 취할 정도로 마시는 것은 금물이다. 그러다보니 식당이나 가정에서는 통제가 되지 않는 술이 산에서 마시면 통제가 됐기에 오히려 술에 대한 통제능력을 주는 효과가 있었다.

산에 다니면서 난 회원들에게 산에 가야만 하는 이유를 항상 설명을 해준다. 우리가 산에 다니는 이유는 누구를 위해서 다니는 것이 아니고 자신의 건강을 위해서 다니는 것이니 나오라고 해서 나오고 그러지 말고 스스로 기쁜 마음으로 참석을 해달라고 하면서 또 다른 것은 한 달에 한번만이라도 산에 다녀서 건강을 챙기고 산속의 정기로 마음을 씻어내라고 한다.

산에 다니다 보니 한 달에 한번이라는 것이 참으로 작은 것이라고 생각을 할지는 모르지만 한번 빠지면 그 다음 달에 산에 가면 표시가 났다. 한 달에 한번이라도 빠지지 않고 다니면 좋다는 것이 빠져보면 느끼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몸은 매일 씻을 수 있지만 마음은 씻을 수가 없는데 한 달에 한번만이라도 산에 와서 맑은 공기 속에 마음껏 씻어내라고 한다. 어쩌면 그것이 산에 오는 더 큰 의미가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가 웃음을 웃으면 얼굴에 모든 세포들이 작용을 해 좋아진다고 하는데 산에 와서 점심을 먹으면서 아니면 산에 오르면서 나누는 대화 속에 웃음이 담겨져 있어 마음껏 웃을 수 있으니 그것이 마음을 씻어내는 일이 되는 것이다.

회원 중에 가장 마음을 비우고 잘 웃는 사람이 있다. 소리를 내면서 웃어대는 고명순 씨를 보면 모든 회원들이 배꼽을 잡고 따라 웃어대니 이건 무재칠시 중에 하나인 화안시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명순 씨는 오래전부터 알고 있는 친구부인이지만 참 한결같은 사람이다. 손이 하도 커서 산에 오는 날에는 열사람이 먹어도 남을 만큼의 음식을 싸오는 것으로 소문이 자자하다 그래서 명순 씨가 산에 오는 날에는 먹는 것이 걱정이 없는 날이기도 하다.

회원 중에 희명이를 이야기하지 않을 수가 없다. 희명이는 양대리에서 깻잎으로 성공한 친구다. 그가 하는 일은 온종일 농사일에 매달린다. 평생 농사를 천직으로 알고 그 삶에 열심히 살다보니 이제 어엿한 마을에서는 제일 부자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가 됐다.

그런데 그런 그도 평생을 농사일에 매달리다보니 자신의 건강관리는 할 수가 없었다. 그러다보니 몸이 쇠약해져버렸고 지금은 당까지 있어 힘들어 하는 상황이었다. 거기다 희명이는 술을 좋아해 소주 한두 병은 앉은자리에서 비우는 것이었다.

그런 희명이에게 산악회는 어쩌면 자신의 몸 관리를 할 수 있는 유일한 것 일수도 있었다. 불편한 몸을 이끌고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참석을 하더니 산에 다니는 것이 좋은지 작은 아버지까지 산악회에 오라고 해 같이 산에 다니고 있었다.

이런 희명이와 찬송이 형은 아주 술에 관한한 죽이 잘 맞았다. 산에 가는 날에는 둘이서 한 병씩은 준비를 해 점심 먹을 때는 반주로 한잔씩 마시며 산속의 보이지 않는 주모들과 담소를 나누는 모습은 남달리산악회에서 보여주는 남다른 풍경이 됐다.

술 하면 또 빠지지 않는 사람이 있다. 새미실사는 경렬이라는 친구인데 이 친구도 만만치가 않았다. 경열이는 시골에서 농사를 짓고는 있지만 새미실이 읍내와 가까이 있다 보니 다락원운동시설을 잘 이용을 하고 있는 친구인데 다락원에 가서 러닝머신도 타고 이것 저것하면서 몸관리를 철저히 하는 친구인데 이 친구도 술을 아끼고 사랑하는 친구인지라 골프장을 하는 은구친구와 같이 넷이서 산의 말벗이 돼 항상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산에 다니면서 술을 마신다는 것은 어쩌면 좋지 않은 것일 수도 있지만 술을 적당히 알맞게 마시면 보약이 된다는 말이 있듯이 산에 다니면서 취하도옥 마시지를 않으니 그것은 혈액순환에 도움이 되는 듯했다.

희명이 같은 경우는 특히 더 했다. 당이 있다 보니 미처 준비를 못하면 당으로부터 공격을 당하는 순간이 있는데 이럴 때 응급의 방법으로 술 한 잔은 순간을 면하는 상황이 연출이 되는 것이었다. 물론 술과 당과는 어떤 연관이 되는지는 알수 가 없다 그런데 희명이는 습관적 몸의 반응인지는 몰라도 당이 떨어져 힘들어 할 때 술 한 잔이 힘을 내게 하는 것이었다.

회원들이 전문산악인이 아니고 시골에서 대부분 농사일에 있던 사람들인지라 산행은 항상 거북이산행을 하고 있다. 그렇지 않으면 회원들이 따라오지를 못하니 선두는 항상 내가 서고 후미는 산악대장인 철호가 맡아서 챙겼다.

산악대장 철호는 원래 남일면사람이 아니고 경상도 사람이었다. 처갓집이 양대리로 일찌감치 귀농해서 깻잎농사를 하면서 열심히 살고 있는 시골 평범한 농부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농사를 짓는 사람들과는 조금 차이가 있는 회원이었다. 젊었을 때 산에도 다녀보고 여러 가지로 활동을 하던 사람인지라 산악대장을 맡겨 회원들을 챙기도록 했더니 아주 자기의 임무를 잘 완수하는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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