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지방이 바로 서야 나라가 산다, 지방자치 부흥의 진짜 의미
전국 곳곳의 전통시장 불빛이 하나둘 꺼져가고 있다. 한때 사람들로 북적이던 골목길은 적막해졌고, '인구소멸 위험지역'이라는 이름표를 단 지방자치단체는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지방의 위기는 더 이상 특정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다.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의 근간을 흔드는 국가적 과제이자 생존의 문제다. 지방선거 투표일을 맞이한 지금, 우리는 지방자치제도의 본래 의미를 어떻게 되살릴 것인가라는 중요한 질문 앞에 서 있다. 지방을 바로 세우지 않고서는 국가 균형발전도, 지속 가능한 미래도 기대할 수 없다.
그동안 우리는 수도권이라는 거대한 심장을 키우는 데 집중해 왔다. 그러나 심장이 아무리 강하게 뛰어도 온몸에 혈액을 공급하는 실핏줄이 막히면 결국 몸 전체가 병들 수밖에 없다. 지방은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실핏줄이다. 특히 전통시장은 지역경제의 체온을 가장 먼저 보여주는 현장이자 주민들의 삶과 문화가 살아 숨 쉬는 공동체의 중심이다. 시장이 활력을 잃고 청년들이 일자리를 찾아 떠나며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사라지는 순간, 지역의 성장 동력도 함께 약해진다.
이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지방자치의 가치를 새롭게 정립해야 한다. 진정한 지방자치는 단순히 단체장을 선출하거나 중앙정부의 예산을 더 확보하는 데 있지 않다. 지역이 스스로 미래를 설계하고, 고유한 역사와 문화, 산업을 기반으로 경쟁력을 키우며, 주민이 주인이 되는 자치 역량을 갖추는 데 그 의미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전통시장의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 단순한 시설 현대화나 일회성 지원금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 지역의 역사와 문화, 특산물에 디지털 기술과 스토리텔링을 접목한 로컬 브랜딩이 필요하다. 쇠퇴한 공간을 역사박물관, 문화전시관, 커뮤니티 아카이브 등 열린 문화공간으로 재창조할 때 청년과 관광객이 다시 찾아오는 지역이 될 수 있다.
또한 과감한 재정 분권과 규제 혁신도 뒤따라야 한다. 현장을 가장 잘 아는 지방정부와 주민들에게 더 많은 권한을 부여해야 지역 맞춤형 정책이 가능하다. 기업이 투자하고 청년이 정착할 수 있는 환경도 지방의 자율성과 창의성 속에서 만들어진다. 여기에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감시가 더해질 때 지방자치는 비로소 완성된다.
대한민국의 미래는 수도권만으로 지탱할 수 없다. 전국 각 지역이 저마다의 역사와 문화, 산업과 관광 자원을 바탕으로 경쟁력을 갖출 때 국가 전체가 성장할 수 있다. 서류 속 행정이 아닌 주민의 삶 속에서 체감되는 지방자치, 그것이 곧 대한민국의 혁신이자 부흥의 출발점이다. 지방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박인군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