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100세 시대, 산은 더 이상 심는 곳이 아니라 키우고 소득을 만드는 곳이다

이삼웅 전 금산군 산림녹지과장

2026-07-18     이삼웅 전 금산군 산림녹지과장
이삼웅

100세 시대를 맞아 산의 가치가 달라지고 있다. 과거 산림정책이 황폐한 산을 푸르게 만드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이제는 국민의 건강과 지역경제를 동시에 살리는 새로운 산림정책으로 전환해야 할 시점이다. 산은 깨끗한 공기와 물을 제공하는 공익적 기능은 물론, 임업인의 안정적인 소득을 창출하는 경제적 자산이 되어야 한다.

어린 시절 학교에서 부역으로 산에 나무를 심었던 기억이 있다. 당시 심었던 낙엽송과 리기다소나무는 우리나라 산림녹화의 상징이었다. 척박한 산에 연필 굵기의 묘목을 심으며 푸른 숲을 만드는 것이 국가적 과제였던 시대였다.

반세기가 흐른 지금도 산에서는 비슷한 풍경이 반복된다. 어린 소나무를 심고, 표시봉을 세운 뒤 경사진 산에서 수년간 풀베기 작업을 한다. 힘겹게 자란 소나무는 다시 소나무재선충병과 기후변화라는 거대한 위협을 마주한다. 방제가 제대로 이뤄지면 생명을 조금 더 연장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하면 집단 고사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많은 예산과 노동력을 투입해 조성한 숲이 순식간에 사라지는 현실은 기존 산림정책의 한계를 보여준다.

이제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산림정책의 목표를 단순한 조림에서 지속 가능한 육림과 산림소득 창출로 확대해야 한다.

먼저 산림청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사유림의 공익적 관리 기반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공익성이 높은 지역은 단계적으로 국유림을 확대하고, 적지적수 원칙에 따라 참나무류 등 경제성과 환경성을 함께 갖춘 수종을 적극 육성해야 한다. 초기 생존율을 높일 수 있는 포트묘와 대묘를 활용하고, 한 번 심은 숲은 최소 50년 이상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지속가능한 육림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숲은 심는 것보다 제대로 키우는 일이 훨씬 중요하다.

지방자치단체의 역할도 달라져야 한다. 산의 상부, 즉 4부 능선 이상의 산림은 산림청과 연계해 경제수 중심의 장기 육림사업을 추진하고, 최소 30년 이상 지역 산림조합과 협력해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반면 완경사지나 농경지와 접한 산림은 접근성과 생산성이 높은 만큼 단기소득 임산물 중심으로 전환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대표적인 품목으로는 대추나무와 감나무 같은 수실류를 비롯해 두릅, 엄나무 등 산나물과 약용수종이 있다. 이러한 품목은 비교적 짧은 기간 안에 소득 창출이 가능하며, 고령화가 진행되는 농산촌에서도 노동 부담이 적어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산림을 단순히 관리 대상이 아니라 수익을 창출하는 생산기반으로 인식하는 정책 변화가 요구된다.

산림조합의 기능도 생산 지원을 넘어 유통과 가공까지 확대해야 한다. 지역 특성에 맞는 임산물을 전략 품목으로 육성하고 브랜드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영동의 감, 공주의 밤, 옥천의 옻처럼 지역 대표 임산물을 집중 육성하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여기에 임산물산지유통센터를 중심으로 건강음료, 반찬류, 건조식품, 과자류, 튀김류 등 다양한 가공산업을 활성화한다면 부가가치는 크게 높아질 것이다. 생산은 임업인이 담당하고, 가공과 유통, 판매는 산림조합과 지자체가 지원하는 역할 분담 체계가 구축된다면 임업인의 소득 안정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다.

궁극적으로는 산림을 중심으로 한 6차 산업화가 이뤄져야 한다. 생산에 머무르지 않고 가공, 유통, 관광, 체험을 결합해야 지역경제가 살아난다.

지역별 특성을 살린 감 축제, 꽃무릇 단지와 연계한 임산물 축제, 산꽃축제와 산나물 가공품 판매행사 등은 관광객을 유치하고 지역 소비를 확대하는 효과적인 모델이 될 수 있다. 여기에 임산물 수확 체험, 산촌 치유 프로그램, 건강 먹거리 체험 등을 접목하면 산은 국민에게는 건강을 제공하고 지역에는 새로운 일자리를 만드는 공간으로 발전할 수 있다.

우리나라 산림녹화는 세계가 인정하는 성공 사례다. 이제는 '푸른 산'을 넘어 '돈이 되는 산', '사람이 돌아오는 산', '지역을 살리는 산'으로 진화해야 한다. 기후위기와 지방소멸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산림정책은 새로운 패러다임을 요구받고 있다.

100세 시대의 산은 단순히 나무를 심는 공간이 아니다. 건강을 마시는 숲이며, 임업인이 희망을 키우는 삶의 터전이고, 지역경제를 되살리는 미래 산업의 현장이다. 이제는 산을 심는 시대를 넘어 산을 키우고, 산에서 소득을 만들며, 산을 통해 사람이 다시 돌아오는 대한민국의 새로운 산림정책을 시작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