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화상 경마장이 지역경제를 살릴 수 있는가?
세수와 일자리만으로 지역의 미래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
지역경제가 어렵다는 말은 이제 어느 지역에서나 쉽게 들을 수 있다. 인구는 줄고, 청년은 떠나고, 상권은 활기를 잃어간다. 지방자치단체마다 기업 유치와 관광객 유입, 일자리 창출을 위해 온갖 정책을 내놓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런 상황에서 어느 지역에 화상 경마장, 즉 마권 장외발매소를 유치하자는 제안이 나온다면 솔깃할 수밖에 없다. 세수가 늘어나고 일자리가 생기며 외지인이 찾아오면 침체한 지역경제에 새로운 활력이 생길 것이라는 논리다.
실제로 금산에서도 과거 화상 경마장 유치를 둘러싸고 이러한 논리가 제기됐다. 당시 금산군은 관광객 유입과 일자리 창출, 지방세수 증가 등을 지역경제 활성화의 근거로 내세웠다. 반면 주민과 시민사회에서는 사행성 확산과 도박중독, 지역사회 환경 악화 등을 우려했다. 결국 2019년 6월 금산군의회는 화상 경마장 개설 동의안을 의원 7명 전원 반대로 부결시켰다.
이제 우리는 한 가지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
화상 경마장이 정말 지역경제를 살리는 길인가?
나는 이 질문에 쉽게 ‘그렇다’라고 답하기 어렵다.
지역경제 활성화란 단순히 지역 안에서 돈이 많이 움직이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주민의 소득이 늘고, 안정적인 일자리가 만들어지며, 소상공인이 살아나고, 청년들이 지역을 떠나지 않으며, 아이들이 안심하고 자랄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는 것까지 포함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사행산업을 지역경제 활성화의 핵심 수단으로 삼는 것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화상 경마장이 들어오면 일자리가 생길 수 있다. 세수도 증가할 수 있다. 외지인의 방문으로 일부 음식점이나 숙박업소의 매출이 늘어날 수도 있다. 이것은 부정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문제는 그 이익만 계산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사행산업에는 보이지 않는 비용이 뒤따른다. 도박으로 인한 가계경제의 악화, 중독 문제, 가족 간 갈등, 지역의 유흥업소 증가 가능성, 교통과 주차 문제, 치안 및 행정 비용 등은 단순한 세수 통계만으로는 드러나지 않는다.
특히 금산 화상 경마장 논란 당시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의 조사 결과를 근거로 마권 장외발매소 이용자의 도박중독 문제가 주요 쟁점으로 제기되기도 했다. 당시 공청회에서도 한쪽은 ‘지역경제 활성화의 기회’를 주장했고, 다른 한쪽은 ‘도박중독과 사행성 확산’을 우려했다.
여기에서 우리는 경제를 바라보는 관점을 조금 바꿀 필요가 있다.
돈이 들어오는 것과 지역이 발전하는 것은 같은 말이 아니다.
카지노가 있는 지역, 도박장이 많은 지역이라고 해서 모두 살기 좋은 지역이 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지역의 경제적 활력을 주민의 삶의 질과 연결해서 본다면, 무엇을 유치하느냐보다 어떤 방식으로 지속 가능한 소득을 만들어 내느냐가 더 중요하다.
금산을 예로 들어보자.
금산은 인삼이라는 독보적인 지역 자산을 가지고 있다. 여기에 산림과 자연환경, 역사와 문화, 건강과 치유를 결합한다면 얼마든지 새로운 관광산업을 만들어 낼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면 지역경제를 살리는 방법은 무엇이어야 하는가.
인삼 산업의 고부가가치화, 체류형 관광, 산림치유와 웰니스 산업, 청년 창업 지원, 농촌 융복합산업,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식품산업, 문화예술과 축제를 연계한 관광상품 개발 등 장기적으로 지역의 자산을 키우는 방법을 먼저 고민해야 한다.
화상 경마장이 외부의 소비를 끌어오는 시설이라면, 이런 산업들은 지역 자체의 가치를 높이는 산업이다. 단기적인 세수와 일자리 몇 개를 얻기 위해 지역의 이미지와 공동체의 건강성을 훼손할 가능성이 있다면 그것은 진정한 경제 활성화라고 부르기 어렵다.
경제정책에는 숫자에 나타나는 편익뿐 아니라 숫자로 쉽게 계산되지 않는 가치도 있다.
우리 아이들이 자라는 환경, 노년의 삶이 안전한 지역, 청년들이 돌아오고 싶은 고향, 주민들이 자부심을 느끼는 도시의 이미지도 경제적 가치 못지않게 중요하다.
무엇보다 지방자치의 목적은 돈을 많이 벌어들이는 행정이 아니라 주민이 더 나은 삶을 살도록 하는 행정이어야 한다.
화상 경마장을 둘러싼 논쟁에서 찬성과 반대를 단순히 경제 대 도덕의 문제로 나누어서도 안 된다. 오히려 우리는 보다 냉정하게 따져야 한다.
화상 경마장으로 들어오는 돈은 얼마인가.
그중 실제로 지역에 남는 돈은 얼마인가.
새롭게 만들어지는 일자리는 어떤 일자리인가.
지역주민의 소비가 외부에서 유입되는 소비보다 더 크게 잠식될 가능성은 없는가.
그리고 무엇보다 화상 경마장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사회적 비용은 얼마인가.
이러한 질문에 대한 객관적인 분석 없이 ‘세수가 늘어난다.’ ‘일자리가 생긴다’라는 이유만으로 지역의 미래를 결정해서는 안 된다.
지역경제를 살린다는 명분이 지역의 미래를 희생시키는 명분이 되어서는 안 된다.
지역은 한 번 만들어진 이미지와 공동체의 가치를 쉽게 되돌릴 수 없다.
우리가 다음 세대에게 물려주어야 할 것은 단순히 세수가 많은 지역이 아니다. 사람들이 찾아오고 싶어 하고, 살고 싶어 하고, 자녀를 키우고 싶어 하는 지역이어야 한다.
지역경제의 진정한 활성화는 도박장 하나를 유치하는 데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지역이 가진 고유한 가치를 발견하고 그것을 산업과 일자리로 연결하는 데서 시작된다. 그러므로 화상 경마장을 지역경제 활성화의 해법이라고 말하기 전에 먼저 물어야 한다.
“우리 지역은 돈을 벌기 위해 무엇까지 포기할 것인가?”
그리고 그 질문에 대한 답은 오늘의 세수보다 훨씬 긴 시간의 관점에서 내려야 한다.
지역의 미래는 한 해의 세입보다 길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