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칼럼] 이재명 정부 농지전수조사 무엇이 문제인가?

-불법 농지취득·비농업인의 농지 소유에 강력한 제재 필요 -농지가격 25% 수준의 반복 부과 방안, 실경작자 보호와 함께 논의해야 -처분 압박만으로는 한계…농지은행 확대하고 지방 부동산 거래시장 살려야

2026-09-17     장성수 발행인
장성수

농지 투기를 막고 농지법 질서를 바로잡기 위한 전국 농지 전수조사가 진행되면서 농촌 현장의 긴장감도 커지고 있다. 불법으로 농지를 취득했거나 농사를 짓지 않으면서 농지를 보유하는 행위는 엄격하게 관리해야 하지만, 고령농과 상속농, 임차농 등 불가피한 사정을 가진 농민까지 동일한 기준으로 다뤄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올해 5월부터 1996년 이후 취득한 농지 136만㏊를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7월 말까지 조사 대상의 97%인 132만㏊, 1013만 필지에 대한 기본조사가 완료됐다. 이 과정에서 위반이 의심되는 농지는 284만 필지로 전체의 27.0%를 차지했다. 불법 임대차 의심이 21.1%, 무단 휴경 의심이 11.6%, 불법 전용 의심이 9.0%, 소유 제한 위반 의심이 1.4%였다.

다만 ‘위반 의심’과 실제 법 위반이 확인된 사례는 구분해야 한다. 기본조사는 행정정보를 활용해 의심 사례를 선별하는 단계다. 이후 현장조사 등을 통해 실제 경작 여부와 농지 이용 상황을 확인하게 된다.

농지 소유의 원칙은 분명하다. 농지는 농업에 이용돼야 한다. 농지법은 경자유전 원칙을 바탕으로 농지 소유와 이용을 제한하고 있다. 농지를 농업과 무관한 투자 목적으로 취득하거나 실제 농사를 짓지 않으면서 장기간 보유하는 행위가 방치되면 농지의 본래 기능이 훼손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번 전수조사를 계기로 불법 농지 취득과 비농업인의 농지 투기에는 보다 실효성 있는 제재가 필요하다.

특히 시장에서는 불법 농지 취득이나 비농업인의 농지 보유를 실질적으로 억제하기 위해 농지가격의 일정 비율을 매년 부담시키는 방식의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그중 하나가 불법 소유 또는 농사를 짓지 않는 농지에 대해 "매년 농지가격의 25%에 해당하는 금액을 과태료 등으로 부과하는 방안"이다.

이 같은 방식은 단순히 한 차례 벌금을 부과하는 것과는 성격이 다르다. 농지를 농업 목적이 아닌 투자 목적으로 장기간 보유해도 경제적 이익이 남는 구조를 차단하는 데 목적이 있다. 농지가격이 상승할수록 부담도 커지기 때문에 투기 목적으로 농지를 보유할 유인을 낮출 수 있다는 논리다.

다만 이 같은 제도를 실제로 도입하려면 신중한 설계가 필요하다. 농지가격을 어떤 기준으로 산정할지, 불법 소유와 불가피한 휴경을 어떻게 구분할지, 상속농과 고령농은 어떤 기준을 적용할지, 행정기관의 판단에 이의가 있을 경우 어떤 구제절차를 마련할지 등을 법률로 명확하게 규정해야 한다.

무엇보다 농사를 짓지 않는 모든 농지 소유자를 동일하게 취급해서는 안 된다.

농촌에는 고령으로 직접 농사를 짓기 어려운 농민이 많다. 질병이나 가족 문제로 일정 기간 농사를 쉬는 경우도 있다. 부모에게 농지를 상속받았지만 농업에 종사할 여건이 되지 않는 상속인도 있다. 농촌 인구 감소로 임차인을 구하지 못해 농지가 일시적으로 휴경되는 사례도 발생한다.

이런 농민들에게 투기 목적의 농지 소유자와 같은 수준의 경제적 제재를 가한다면 제도의 취지와 달리 생계형 농민의 재산권을 과도하게 제한할 수 있다.

따라서 강력한 제재의 핵심은 ‘농민이냐 아니냐’만을 기준으로 삼는 것이 아니라 "농지를 어떤 목적으로 취득했고 실제로 어떻게 이용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데 있어야 한다.

반대로 허위 농업경영계획서를 제출해 농지를 취득하거나 농사를 지을 의사 없이 농지를 사들인 뒤 개발 기대에 따른 시세차익을 노리는 행위는 엄격하게 구분할 필요가 있다. 농지의 공공성과 투기 억제라는 측면에서 이런 행위까지 정상적인 농업인의 재산권 보호라는 이유로 감싸서는 안 된다.

문제는 불법 농지 소유가 확인된 뒤다.

농지 처분 의무를 부과하더라도 해당 농지를 실제로 사줄 사람이 없다면 농민에게 또 다른 부담이 될 수 있다. 특히 지방 농촌은 인구 감소와 후계농 부족으로 농지 수요가 약해지고 있다. 농지를 팔고 싶어도 매수자를 찾지 못하는 사례가 생길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농지 전수조사는 처분명령만 강화하는 방식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농지은행의 역할을 대폭 확대할 필요가 있다. 농지은행이 처분 대상 농지를 적극적으로 매입하거나 임대해 새로운 농업인에게 공급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실제 농사를 지을 청년농과 후계농에게 농지가 연결된다면 농지의 유휴화를 막는 동시에 농촌 인구 유입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임차농 보호도 중요하다. 농지 소유자의 사정으로 임대차 계약이 갑자기 종료되면 실제 농사를 짓던 임차농이 가장 먼저 피해를 볼 수 있다. 전수조사 과정에서 소유자의 위법 여부만 확인할 것이 아니라 실제 경작자의 권리와 생계도 함께 살펴야 한다.

농지 문제는 지방 부동산 시장과도 연결돼 있다.

농촌지역 토지 거래가 위축된 상황에서 농지 소유 규제만 강화하면 정상적인 거래까지 얼어붙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농지 규제를 풀어 개발 수요를 만들어 부동산 가격을 끌어올리는 방식도 근본적인 해법은 아니다.

지방 부동산 시장의 회복은 실수요를 만들어내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청년농 정착을 위한 주거와 농지 공급을 연계하고, 농촌 빈집을 정비하며, 농산물 가공·유통시설과 농촌 체류시설 등 지역에 실제 경제활동을 만드는 정책이 필요하다. 농촌에 사람이 들어오고 일자리가 만들어져야 토지와 주택에 대한 실수요도 살아날 수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농지 전수조사는 전국 농지의 소유와 이용 실태를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이기도 하다. 조사 결과를 단순한 단속 자료로 활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농지의 소유·임대·경작 정보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데이터베이스로 발전시켜야 한다.

정책의 기준도 명확해야 한다.

불법으로 농지를 취득했거나 농업과 무관한 목적으로 농지를 보유하면서 부당한 이익을 얻는 행위에는 강력한 경제적 제재를 가해야 한다. 농지가격의 25% 수준을 매년 부과하는 방안도 이런 강력한 억제책의 하나로 검토할 수 있다. 다만 실제 제도화 과정에서는 현행 법률과의 관계, 과태료와 이행강제금 등 제재 수단의 법적 성격, 비례원칙, 예외 사유 등을 면밀하게 검토해야 한다.

반면 성실하게 농업에 종사했지만 고령이나 질병, 상속, 일시적 휴경 등 불가피한 이유로 직접 경작하지 못하는 농민에게는 충분한 유예기간과 농지은행을 통한 처분·임대 지원이 필요하다.

결국 농지 전수조사의 목적은 농민을 찾아내 처벌하는 데 있어서는 안 된다. 농지는 농사를 짓는 사람에게 돌아가도록 하고 투기 목적의 소유는 차단하는 데 있어야 한다.

농지 전수조사가 성공하려면 "강력한 단속"과 "농민 보호"라는 두 가지 원칙을 동시에 세워야 한다. 불법 농지 취득에는 엄격하게 대응하되 정상적인 농민에게는 실질적인 출구를 제공해야 한다. 농지은행을 통한 매입과 임대를 확대하고 농촌의 실수요를 키워 거래가 가능한 시장을 만들어야 한다.

농지 문제와 지방 부동산 침체는 따로 떼어놓고 볼 수 없다. 사람이 빠져나가고 농업 후계자가 줄어들면 농지 수요도 감소한다. 거래가 막히면 토지의 재산권 행사도 어려워지고 지역경제의 활력도 떨어진다.

따라서 농지 정책의 최종 목표는 농지 소유자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농지가 실제 농업인에게 연결되고, 불법 소유자는 시장에서 퇴출되며, 정상적인 농민은 합리적인 조건에서 농지를 사고팔거나 임대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어야 한다.

전수조사가 단속으로 끝날 것인지, 농촌의 토지 질서를 정상화하는 계기가 될 것인지는 이후 정책 설계에 달려 있다. 강력한 제재만큼 중요한 것은 정상적인 농민이 농지를 지키고 필요할 경우 합리적으로 처분할 수 있는 시장을 만드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