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취재]1200명서 20명으로 학생수 급감…농어촌 학교 존폐 기로

-100년 넘은 학교도 피하지 못한 학령인구 감소... 학교가 사라지면 지역의 미래도 함께 흔들린다 -지역 주민과 동문, 교육당국과 지자체가 함께 학교의 새로운 역할을 찾고 지속 가능한 해법을 만들어야...

2026-09-28     장성수 기자
1200명서

한때 1200명이 넘는 학생들로 운동장이 붐볐던 농어촌 학교가 이제는 20여 명으로 줄면서 존폐 기로에 놓였다. 충남 금산군 제원면의 제원초등학교가 마주한 현실은 한 학교의 쇠퇴를 넘어 농어촌 지역이 직면한 인구 감소와 교육 공동화의 단면을 보여준다.

제원초는 1917년 4월 1일 제남학교라는 이름의 사립학교로 출발했다. 올해로 개교 109년을 맞은 유서 깊은 학교다. 과거에는 학생 수가 1200~1400명에 이를 정도로 규모가 컸다. 인근 금강초등학교와 길안분교까지 거느리며 지역 교육의 중심 역할을 했다.

그러나 지금의 모습은 과거와 크게 달라졌다. 2026년 현재 전체 학생 수는 20명 수준으로 줄었다. 학교 존립 자체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학교가 지역에서 차지했던 역할과 역사성을 생각하면 단순한 학생 수 감소로만 치부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문제는 제원초만의 일이 아니라는 데 있다. 금산지역 면 단위 학교 곳곳에서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금산군 내 초등학교 17개교 가운데 분교를 포함해 11개교가 학생 수 30명 이하의 작은 학교로 분류된다. 금성초 24명, 금성초 금계분교장 3명, 제원초 20명, 부리초 23명, 군북초 19명, 상곡초 21명, 남이초 17명, 진산초 29명, 복수초 19명, 신대초 18명, 성대초 13명 등이다.

중학교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금산지역 중학교 8개교 가운데 부리중 30명, 진산중 23명, 복수중 15명 등 3개교가 학생 수 30명 이하의 작은 학교에 속한다.

숫자만 보면 작은 학교의 문제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 숫자 뒤에는 지역의 인구 구조와 교육 환경, 주거 여건, 학부모의 선택, 지역경제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학교는 단순히 학생이 공부하는 공간이 아니다. 아이들이 지역에서 성장하고 또래 관계를 형성하는 생활공간이며, 학부모와 주민이 만나고 지역 공동체가 유지되는 구심점이기도 하다. 학교가 사라지면 통학 거리가 늘어나는 것만의 문제가 아니다. 젊은 세대가 지역에 정착할 이유 하나가 줄어들고, 지역의 생활 기반도 함께 약화될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악순환이다. 학생이 줄어 학교 규모가 작아지면 학부모는 교육 여건이 상대적으로 좋은 곳을 찾게 된다. 학생과 젊은 가구가 빠져나가면 다시 학생 수가 감소한다. 학생 감소가 학교 통폐합으로 이어지고, 학교가 사라지면 지역 정주 여건이 다시 나빠지는 구조다.

일부 지역 주민들이 학령기 자녀를 제원초가 아닌 금산읍 학교나 특성화 교육환경을 갖춘 다른 지역 학교로 보내는 현상에 주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단순히 학부모의 선택을 탓할 일이 아니다. 지역 학교가 학부모에게 어떤 교육적 선택지를 제공하고 있는지부터 살펴봐야 한다.

작은 학교라고 해서 교육의 질이 낮은 것은 아니다. 오히려 학생 수가 적다는 장점을 살려 학생 개개인에 맞춘 교육과 다양한 체험교육을 운영할 여지도 있다. 문제는 이러한 장점을 지역의 경쟁력으로 전환할 수 있는 교육정책과 지원체계가 있느냐는 것이다.

학교를 유지하는 것만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도 없다. 학교가 살아남으려면 학교 안의 변화와 함께 학교 밖의 변화가 필요하다. 교육청과 지방자치단체, 학교, 학부모, 동문, 지역사회가 각각의 역할을 나눠야 한다.

특히 학교를 중심으로 한 지역 정주 정책이 필요하다. 주거와 돌봄, 방과후 교육, 통학, 문화·체육시설 등을 학교와 연계해 젊은 가구가 지역에서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작은 학교를 단순히 학생 수가 적은 학교로 볼 것이 아니라 지역의 인구를 붙잡는 핵심 기반시설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제원초의 위기는 금산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국의 농산어촌에서 반복되고 있는 현실이다. 학교 통폐합을 논의하기에 앞서 왜 학생과 젊은 가구가 지역을 떠나는지, 왜 지역 학교가 선택받지 못하는지부터 묻는 것이 순서다.

100년 넘는 학교의 역사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았다. 수많은 아이가 운동장을 뛰었고, 수많은 교사가 교단을 지켰으며, 졸업생과 주민들이 학교를 지역의 일부로 가꿔왔다.

이제 그 학교가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학생 1200명이 20명으로 줄어든 현실을 단순한 통계로 넘겨서는 안 된다. 그 숫자는 한 지역의 인구 감소를 보여주는 지표이자 지역 공동체의 미래를 묻는 경고음이다.

학교를 살리는 일이 곧 지역을 살리는 일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행정기관의 일회성 지원이나 교육정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지역 주민과 동문, 교육당국과 지자체가 함께 학교의 새로운 역할을 찾고 지속 가능한 해법을 만들어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통폐합을 서두르는 일이 아니라 학교가 다시 지역의 선택을 받을 수 있도록 만드는 일이다. 제원초등학교의 109년 역사가 또 하나의 폐교 기록으로 끝날지, 새로운 지역교육의 모델로 이어질지는 지금 지역사회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