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인삼산업 연구·기록 활동가
도시재생의 마침표는 ‘풍경’이 아닌 ‘기록’이어야 한다
충남 금산군 중도1리 건삼전1길은 금산 인삼 산업의 ‘뿌리’다. 과거 이곳은 종삼(씨앗) 거래가 이뤄지던 씨앗전이자, 오늘날 금산 인삼 산업을 지탱하는 ‘금산인삼전통상인회’가 태동한 역사적 발상지다.
최근 소규모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골목은 정돈되었고, 점포 셔터에는 인삼 그림이 그려졌다. 외형적 변화는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우리는 본질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 이 변화가 단순한 ‘단장’에 머물 것인가, 아니면 잃어버린 ‘역사’를 복원하는 계기가 될 것인가.
역사적인 자료와 고증이 뒷받침되지 않는 산업에 미래는 없다. 인삼 산업도 예외는 아니다.
도시재생이 단순히 예산을 쓰는 사업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상징물(그림, 축제) 뒤에 숨겨진 실질적인 기록들을 발굴하고 체계화하는 ‘2단계 전략’이 시급하다.
다행히 희망의 증거들이 발견되고 있다. 삼남제약 설립자 故 김순기 회장이 남긴 인삼 현대화의 발자취와 자서전적 기록들, 그리고 과거 이 골목에서 치열하게 거래되었던 인삼 시세를 꼼꼼히 기록한 강제하 상인의 사료 등은 금산 인삼이 단순히 '오래된 작물'이 아니라, 정교한 '경제 데이터' 위에서 성장해 왔음을 증명한다.
이러한 고증 자료들은 단순한 유물이 아니다.
전 세계가 스토리텔링과 브랜드 가치에 집중하는 지금, “대한민국 인삼 유통의 질서가 이 골목에서 시작되었다”는 문헌 한 장은 수천억 원의 마케팅 비용보다 강력한 힘을 갖는다. 온라인 데이터 구축과 기록물 수집은 그래서 중요하다. 데이터가 없는 역사는 전설에 불과하지만, 고증된 역사는 미래의 먹거리가 되기 때문이다.
이제 ‘금산인삼전통상인회’는 발상지로서의 자부심을 넘어, 이 소중한 사료들을 바탕으로 실질적인 경제 주체로 거듭나야 한다. 기록이 멈추는 곳에서 성장은 멈추고, 고증이 살아나는 곳에서 비로소 금산 인삼의 백년 대계가 시작된다.
중도1리의 도시재생은 이제 출발선에 섰다. 벽화를 넘어 아카이브(Archive)로, 축제를 넘어 역사적 콘텐츠로 완성될 때, 씨앗전 골목은 비로소 대한민국 인삼 산업의 성지로 거듭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