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폭염보다 더 답답한 여름
[칼럼] 폭염보다 더 답답한 여름
  • 박희숙 칼럼니스트/수필가
  • 승인 2026.07.28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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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숙 칼럼니스트/수필가
박희숙 칼럼니스트/수필가

7월과 8월의 여름은 이제 계절이라기보다 견뎌야 하는 시간이 되었다.

한낮의 뜨거운 열기와 밤새 이어지는 열대야는 사람들의 일상을 지치게 한다.

중복도 지나고 말복이 다가오지만, 예전처럼 절기의 변화를 기다리며 더위를 이겨내던 정서는 점점 희미해지고 있다.

문득 어린 시절의 여름이 떠오른다. 학교가 끝나면 친구들과 앞냇가에서 멱을 감고 물장구를 치며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물놀이를 마치고 미루나무 그늘 아래 누우면 사방에서 들려오는 매미들의 힘찬 합창이 오히려 여름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다. 그때의 더위는 자연과 함께 견디는 계절이었다.

하지만 오늘의 여름은 다르다.

기후변화는 폭염을 일상으로 만들었고, 사람들은 에어컨이 있는 실내를 벗어나기 어려워졌다. 자연 속에서 더위를 식히기보다 콘크리트와 아스팔트가 내뿜는 열기를 견뎌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답답한 것은 날씨만이 아니다.

정치도, 경제도, 민생도 쉽게 풀리지 않는다. 부동산과 주식은 연일 화제가 되고, 미래에 대한 불안은 사람들의 마음을 더 뜨겁게 달군다. 이제는 주식을 하지 않으면 세상 흐름에 뒤처진 사람처럼 여겨질 정도로 투자 이야기가 일상이 되었다. 누구나 더 나은 삶을 꿈꾸지만, 그 꿈을 향한 경쟁은 마음의 여유를 조금씩 빼앗아 간다.

그래서일까. 폭염보다 더 견디기 힘든 것은 마음속 답답함인지도 모른다. 시원한 바람 한 줄기, 막힘없이 흘러가는 물소리처럼 우리의 사회에도 숨통을 틔워 줄 여유와 희망이 필요하다.

이럴 때면 잠시 깊은 산속 계곡을 찾아 차가운 물에 발을 담그고 싶어진다. 흐르는 물은 아무 말 없이 열기를 식혀 주고, 숲은 조용히 마음을 달랜다. 자연은 여전히 우리에게 쉼을 선물할 준비가 되어 있다.

올여름은 유난히 덥다.

그러나 우리가 잃지 말아야 할 것은 시원한 바람을 기다리는 마음이다. 서로를 배려하고, 자연을 아끼며, 작은 여유를 찾으려는 노력이 모인다면 언젠가 우리 사회에도 폭염을 식히는 바람이 불어오지 않을까. 그 바람을 기다리며 오늘도 한여름을 견뎌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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