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환경은 끊임없이 변화한다. 새로운 정책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조직을 개편하 는 것 자체를 부정적으로 볼 이유는 없다. 오히려 불필요한 행정단계를 줄이고 주 민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면 적극적인 조직개편이 필요하다.
그러나 조직개편의 규모가 클수록 “왜 바꾸는가”와 “바꾼 결과 주민에게 무엇이 좋 아지는가”에 대한 설명과 검증은 더욱 엄격해야 한다.
이번 개편안을 바라보면서 우려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우선 기존 4국 체제를 폐지하고 3실 중심 체제로 전환하는 것이 과연 행정의 효율 성을 실질적으로 높이는 방안인지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
조직의 명칭과 구조를 단순화한다고 해서 행정이 자동으로 효율화되는 것은 아니 다. 오히려 여러 부서의 기능과 의사결정 권한이 소수 조직에 집중될 경우 업무 과 부하와 의사결정 병목현상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더욱이 기사 내용대로 본청 집행기관 정원이 기존 709명에서 743명으로 34명 증가 한다면, 이번 조직개편이 과연 ‘슬림화’인지에 대해서도 주민이 납득할 수 있는 설 명이 필요하다.
조직의 효율성은 조직도의 칸을 줄였느냐 늘렸느냐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
행정 처리 기간이 얼마나 단축되는지, 부서 간 중복 업무가 얼마나 감소하는지, 주 민 만족도가 얼마나 향상되는지, 인건비를 포함한 행정비용 대비 주민 편익이 얼마 나 증가하는지와 같은 객관적인 성과지표로 평가해야 한다.
특히 허가처리과 신설은 더욱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건축, 개발행위, 농지전용, 산림 관련 인허가 등을 한 부서에 집중시키면 민원인 입 장에서는 여러 부서를 찾아다니지 않아도 되는 원스톱 행정의 장점이 분명히 있다. 그러나 편리함과 권한 집중은 동전의 양면이다.
인허가는 주민의 재산권은 물론 지역개발과 환경보전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행정행위다. 따라서 처리 속도만큼이나 공정성·투명성·전문성·상호견제가 중요하다. 여러 부서에 분산되어 있던 인허가 기능을 한 조직으로 집중한다면 그에 상응하는 내부통제 장치가 함께 설계되어야 한다. 담당자와 책임자의 권한 범위, 복수 검토체 계, 이해충돌 방지, 처리 과정의 기록과 공개, 이의제기 절차 등을 보다 명확하게 마련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행정 효율화를 위해 만든 조직이 오히려 특혜나 권한 집중을 둘러싼 불필요한 오해와 논란을 만들어낼 수 있다.
‘금산다락원’은 단순한 행정기관 명칭이 아니다.
이번 조직개편에서 특히 아쉬운 부분은 ‘금산다락원’이라는 명칭을 폐지하고 ‘시설 관리사업소’로 변경하려는 방안이다.
이 문제는 조직의 명칭 하나를 변경하는 단순한 행정절차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금산다락원이라는 이름은 오랜 시간 주민들의 일상 속에서 사용되어 왔다. 공연을 보고, 전시를 관람하고, 교육과 복지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주민들에게 축적된 경 험과 기억이 ‘금산다락원’이라는 이름에 담겨 있다.
이것이 바로 지역 브랜드의 무형자산 가치다.
브랜드는 어느 날 행정기관이 선언한다고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이름을 만들고 주민에게 알리는 데는 짧은 시간이 걸릴 수 있지만, 그 이름이 지역사회에서 신뢰 와 인지도를 얻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금산다락원’과 ‘시설관리사업소’는 본질적으로 성격이 다른 이름이다. ‘시설관리사업소’는 행정조직의 기능을 설명하는 명칭이다. 반면 ‘금산다락원’은 주 민과 이용객이 인식하는 문화공간의 브랜드다.
행정조직의 편의를 위해 조직상 명칭을 시설관리사업소로 정할 필요가 있다고 하더 라도, 그것이 주민들이 오랫동안 사용해 온 ‘금산다락원’이라는 대외 브랜드까지 폐 기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행정조직과 시설 브랜드를 분리하는 방법도 충분히 검토할 수 있다.
운영 주체의 행정조직 명칭은 ‘시설관리사업소’로 정하더라도 문화시설의 대외 명칭 과 브랜드는 ‘금산다락원’으로 유지하는 것이다. 행정적 필요와 지역 브랜드 보존이 라는 두 가지 목적을 모두 달성할 수 있는 방법이다.
한번 없어진 지역 브랜드는 다시 만들기 어렵다.
지역은 이제 다른 지역과 관광객뿐만 아니라 인구, 기업, 문화콘텐츠를 놓고 경쟁하 고 있다. 이러한 시대에 지역 고유의 이름과 이야기는 중요한 경쟁력이다.
전국 어디에서나 사용할 수 있는 ‘시설관리사업소’라는 이름과 달리 ‘금산다락원’이 라는 이름에는 금산이라는 지역성이 담겨 있다.
오랜 기간 사용된 지역 브랜드를 변경하려면 최소한 세 가지 질문에 답할 수 있어 야 한다.
첫째, 왜 반드시 이름을 바꿔야 하는가?
둘째, 이름을 바꿈으로써 주민에게 어떤 구체적인 편익이 발생하는가?
셋째, 기존 브랜드를 포기함으로써 발생하는 유·무형의 손실보다 그 편익이 더 큰가?
이 질문에 충분한 답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명칭 변경은 재검토하는 것이 타당하다. 특히 문화시설의 명칭은 행정조직 내부의 부서 명칭과 달리 주민의 기억과 지역 정 체성에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조직개편이라는 이유만으로 함께 변경하기보다는 주민, 문화예술계, 시설 이 용자 등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는 별도의 과정이 필요하다.
조직개편은 ‘누가 권한을 갖느냐’보다 ‘주민에게 무엇이 좋아지느냐’가 기준이어야 한다.
민선 9기의 조직개편이 성공하기 위해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조직개편 자체가 목 적이 되는 것이다.
조직개편은 어디까지나 주민에게 더 나은 행정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수단이다. 따라서 군은 조례안 심의 과정에서 조직도를 제시하는 데 그치지 말고 개편 전후의 업무량, 결재단계, 민원 처리기간, 인력 배치, 재정 부담, 부서별 권한 변화 등을 구 체적으로 제시할 필요가 있다.
특히 3실 체제로 권한이 집중되는 것은 아닌지, 허가처리과에 집중되는 인허가 권 한을 어떻게 견제할 것인지, 34명의 정원 증가가 왜 필요한지에 대해서도 객관적인 자료를 통해 주민과 군의회를 설득해야 한다.
금산다락원 명칭 변경 역시 마찬가지다.
오랜 시간 주민들이 만들어 온 지역의 브랜드와 문화적 자산은 어느 한 시기의 행 정조직에 속하는 것이 아니다. 행정조직은 군정의 필요에 따라 바뀔 수 있지만, 주 민의 기억과 함께 성장한 지역의 브랜드는 가능한 한 지속성을 갖도록 보호해야 한 다.
새로운 군정이 새로운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새로움을 보여주는 가장 좋은 방법은 과거의 것을 바꾸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이미 가치 있는 것은 계승하고 부족한 것은 개선하여 더 나은 결과를 만드는 데 있다.
금산군의 이번 조직개편 역시 그러한 원칙 아래에서 다시 한번 세밀하게 검토되기 를 바란다.
행정의 효율성은 조직도의 변화로 증명되는 것이 아니라 주민이 체감하는 변화로 증명되어야 한다. 그리고 지역의 브랜드는 행정 편의를 위해 쉽게 바꿀 수 있는 명 칭이 아니라, 오랜 시간 주민과 함께 만들어 온 공동의 자산이라는 사실도 잊어서 는 안 된다.
2026. 8. 8.
박 종 인 작가(출향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