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금산지역에서 논란이 됐던 화상경마장 유치 문제가 최근 다시 지역사회에서 거론되면서 주민들의 관심과 우려가 동시에 커지고 있다.
화상경마장 금산 유치 문제는 과거에도 지역사회에서 찬반 논란을 불러온 사안이다. 당시 지역경제 활성화와 세수 확대 등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나온 반면 사행성 조장과 지역 이미지 훼손 등을 우려하는 반대 의견도 맞섰다.
최근 들어 화상경마장 금산유치 문제가 주민들 사이에서 다시 언급되고 있다. 일부 언론 보도에서도 화상경마장 유치 가능성을 거론하면서 사실상 여론을 떠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금산에 화상경마장이 다시 거론된다면 군민들은 한번쯤 냉정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사람이 많이 오면 지역경제가 살아나는 것 아닌가?” 맞는 말이다.
화상경마장이 들어서면 방문객이 늘고, 음식점이나 숙박업소가 덕을 볼 수도 있다. 일자리도 생길 수 있고 지방재정에도 일정 부분 도움이 될 수 있다.
실제로 2019년 금산 화상경마장 추진 당시 한국마사회는 연간 23억~30억원의 세외수입과 210명 정도의 일자리 창출을 기대효과로 제시했다. 당시 사업에는 장외발매소뿐 아니라 승마장과 온천워터파크, 가족테마파크 등을 포함한 1천350억원 규모의 레저테마파크 구상이 함께 제시됐다.
하지만 지역경제라는 게 단순히 ‘사람이 많이 오는 것’만으로 살아나는 것은 아니다. 돈이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흘러가는지가 더 중요하다.
인삼시장 돈과 경마장 돈은 다르다.
금산은 인삼의 고장이다. 전국에서 사람들이 찾아와 인삼을 사고, 홍삼을 사고, 밥을 먹고, 숙박하고 돌아간다.
이 돈은 생산자에게 가고 상인에게 가고 식당과 숙박업소, 운송업체 등으로 돌고 돈다. 쉽게 말해 지역 안에서 돈이 여러 번 순환하는 구조다.
그런데 화상경마장은 성격이 다르다. 한 사람이 50만원을 들고 와 인삼을 산다면 상품을 얻는다.하지만 50만원을 가지고 경마장에 가면 결과는 다르다. 잃을 수도 있고 딸 수도 있다.
문제는 사행산업이라는 특성상 장기적으로는 이용자의 손실이 사업자의 수익으로 연결되는 구조라는 점이다.
그래서 나는 화상경마장을 단순히 “관광객이 오는 시설”이라고 보는 데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지역경제에 돈이 들어오는 것과 지역주민의 돈이 빠져나가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정선을 보면 답이 조금 보인다
화상경마장 이야기를 하면서 강원도 정선의 강원랜드를 빼놓을 수 없다. 정선은 폐광지역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카지노를 지역경제의 돌파구로 선택했다.
강원랜드가 지역에 가져온 경제적 효과는 분명히 있다. 일자리가 생겼고 관광객이 늘었으며 지역사회에 상당한 재원이 투입됐다.
하지만 그것만 보고 “카지노가 지역경제를 살렸다”고 결론 내리면 절반만 보는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정선지역에는 카지노 의존 문제와 도박중독, 가족 문제, 지역경제의 지속가능성 등에 대한 고민도 함께 생겼다.
그래서 지금 강원랜드가 카지노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비카지노 관광과 복합리조트, 새로운 산업을 강조하는 것 아니겠는가. 카지노로 시작했지만 카지노만으로 지역의 미래를 만들 수 없다는 교훈이다.
금산이 정선과 다른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정선은 폐광이라는 절박한 경제적 공백을 메우기 위해 카지노를 선택했다. 금산에는 아직 인삼이라는 강력한 지역 브랜드가 있고 관광과 농업, 자연환경이라는 자산도 있다.
그렇다면 굳이 사행산업을 지역경제의 새로운 축으로 끌어들여야 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가장 걱정되는 건 돈보다 ‘한탕주의’다
사실 내가 더 걱정하는 것은 세수도 아니고 상권도 아니다. 지역의 정서다. “열심히 일해서 돈을 번다.” 이것이 건강한 지역사회의 기본 가치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한 번 잘 걸리면 인생이 바뀐다.” “이번에는 딸 수 있다.” “잃은 돈을 한 번에 만회하겠다.” 이런 생각이 지역사회에 퍼지기 시작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특히 청소년들에게는 더욱 그렇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에서도 청소년의 도박 접근성이 높아지면서 비합리적인 도박 신념이 커지고 도박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요즘 청소년들은 스마트폰만 있으면 불법 온라인 도박에 접근할 수 있는 환경에 놓여 있다.
그런 상황에서 지역사회 한복판에 사행산업 시설까지 들어온다면 우리는 아이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주게 될까.
“도박은 나쁘다”고 가르치면서 한편으로는 “돈을 걸고 돈을 따는 시설도 지역경제에 필요하다”고 말해야 하는 모순이 생긴다.
용산 화상경마장이 남긴 것도 생각해 보자
화상경마장이 지역사회와 갈등을 빚은 사례는 이미 있다. 서울 용산 장외발매소는 학교와 주거지역 인근 입지를 놓고 주민과 교사들의 강한 반발이 이어졌고 결국 폐쇄됐다. 이후 해당 건물은 농촌 출신 대학생을 위한 기숙사 등 사회공헌 공간으로 활용됐다.
이 사례가 모든 화상경마장의 문제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게 보여준다.
사행시설은 단순히 건물 하나를 짓는 문제가 아니다. 주변 교육환경과 주민 정서, 도시 이미지, 지역사회 갈등까지 함께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금산은 이미 한번 경험했다
금산은 이 문제를 처음 겪는 지역도 아니다. 2019년 화상경마장 추진 당시 금산에서는 찬반 의견이 팽팽하게 맞섰다.
찬성 측은 지역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세수 증가를 강조했다. 반대 측은 도박중독과 사행성 확산, 교육환경 문제를 우려했다.
결국 금산군의회는 장외발매소 개설 동의안을 부결했고, 당시 문정우 군수도 사업 재추진 의사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만큼 이 문제는 단순한 찬반 논쟁이 아니었다. 금산의 미래를 어떤 방향으로 끌고 갈 것인가에 대한 선택이었다.
그렇다고 무조건 반대하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여기서 기자가 한쪽 주장만 하면 안 된다. 화상경마장에도 긍정적인 부분은 있다. 방문객이 늘어날 수 있다. 주변 음식점과 숙박업소가 혜택을 볼 수 있다. 일자리가 만들어질 수 있다. 세수도 늘어날 수 있다.
지역사회에 장학금이나 문화복지사업 등 환원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이런 부분까지 부정해서는 안 된다. 다만 이익만 계산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지역주민의 베팅 규모는 얼마인지, 실제 외지 방문객은 얼마나 되는지, 지역에 남는 소비액은 얼마인지, 세수는 얼마인지, 그리고 도박중독이나 가계경제 악화, 가족문제, 치안과 복지 등 사회적 비용은 어느 정도인지 함께 계산해야 한다.
그 숫자를 놓고 군민들이 판단하면 된다. 금산에 필요한 것은 ‘한탕’이 아니라 ‘순환경제’다 나는 금산경제가 앞으로 가야 할 방향은 따로 있다고 생각한다.
인삼을 팔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인삼산업을 관광과 연결하고, 금산을 찾아온 관광객이 인삼을 사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좋은 곳에서 머물고, 금산의 자연과 문화를 경험하고, 다시 금산을 찾게 만드는 구조다.
돈이 지역 밖으로 빠져나가는 경제가 아니라 돈이 지역 안에서 계속 도는 경제. 그것이 진짜 지역경제 활성화다. 화상경마장이 금산에 들어오느냐 마느냐의 문제를 단순히 “찬성 vs 반대”로 몰아갈 필요는 없다.
그러나 최소한 이것만큼은 따져봐야 한다. “금산에 들어오는 돈이 더 많은가, 금산에서 빠져나가는 돈이 더 많은가?”
그리고 한 가지 더. “10년 뒤 우리 아이들에게 금산은 어떤 도시로 기억될 것인가?”
인삼의 고장. 건강과 자연의 도시. 관광과 문화가 살아 있는 도시. 아니면 한탕을 꿈꾸는 사람들이 모이는 도시. 선택은 지금 할 수 있다.
지역경제를 살린다는 명분은 참 달콤하다. 하지만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이름으로 모든 시설을 받아들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
금산의 미래를 위해 필요한 것은 당장의 세수 몇 푼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돈을 벌 수 있는 산업과 사람이다.
나는 그래서 화상경마장 논란을 이렇게 보고 싶다.
“경마장을 유치할 것인가”가 아니라 “우리는 어떤 금산을 만들 것인가.” 그것이 이 논쟁의 진짜 질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