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행] 월영산 출렁다리
[기행] 월영산 출렁다리
  • 나창호 수필가(전 부여군 부군수)
  • 승인 2023.03.02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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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창호 수필가(전 부여군 부군수)
나창호 수필가(전 부여군 부군수)
나창호 수필가(전 부여군 부군수)

며칠 동안 매섭던 추위가 풀렸다. 하여 늘 여행을 함께 다니던 친구네와 두 집이 모처럼의 나들이에 나서 금산군 제원면 천내리에 있는 월영산(月影山) 출렁다리를 다녀왔다. 완공된 지가 한참 되었다는 사실을 알고는 있었지만, 이런 저런 일로 바쁘다 보니 미처 다녀오지 못하던 차에, 오늘 마침 추위가 풀린 틈을 타서 다녀온 것이다.

금강 상류를 가로지르며 월영산과 건너편의 부엉산을 잇는 출렁다리의 길이는 275m나 된다는데 높이가 까마득했다. 밑에서 올려다볼 때는 흔들림이 심할 텐데 ‘어찌 건너나?’하는 두려움마저 들었다. 출렁다리에 이르는 월영산 데크 계단 길은 가파른데다가 무척이나 길었다.

그런데 막상 출렁다리를 건너다보니 중간지점까지를 가도 흔들림이 그리 심하지 않았다. 아마도 다리를 건너는 사람들이 그리 많지 않아서 그러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사람들이 불규칙하게 움직이는 속에 묵직한 체중이 실리면 출렁다리가 더 요동을 치지 않을까 싶었던 것이다.

까마득한 다리 위에서 보는 주변의 경치는 무척 아름다웠다. 충북 영동군과의 경계가 인접한 곳이기도 하지만, 좁은 협곡 밑에는 강물과 도로의 차들이 흐르고, 좌우로 굽이지는 산들이 아주 멋졌다. 다리길이가 275m라서 그런지 무척 길게 느껴졌다. 다리를 건너고 나니 부엉산 쪽에도 데크 길이 이어졌다.

얼마쯤 걷다 보니 어죽마을로 이어지는 길과, 부엉산 정상과, 자지산(紫芝山)으로 가는 방향을 가리키는 이정표가 서 있었다. 그런데 자지산만 유독히 괄호를 하고 한자를 써넣고 있었다. 혹시라도 야릇한 생각을 하지 말라는 뜻이지 싶었다.

전라북도 정읍시 이평면 배들평에 서 있는 만석보유지비(萬石洑遺址碑)에도 굳이 ‘유遺’자를 더 넣어 얼굴을 붉히지 않게 했다지 않은가. 사람들의 지혜이지 싶다.

데크 길은 과장을 좀 해서 이쪽저쪽 합해서 1km는 되는 듯 했다. 강을 따라 이어지는 데크 길을 내려와서는, 암거를 연이어 놓은 모양의 세월교를 건너서 어죽마을로 나왔다. 월영산 쪽에만 있는 주차장에 차를 댔기 때문에 꼭 이 길을 건너와야 했던 것이다. 어죽마을 강가에는 천내2리 (난들)이라 새긴 돌비석이 서 있었다.

젊은 시절의 추억-백사장에 양은솥을 걸고 친구들과 천렵을 하기도 했었다-이 서린 강과 강가를 보며 조금 더 시간을 보낸 후, 해가 설핏한 무렵이 되어서야 그곳을 떠나왔다. 겨울 해는 일찍 지고, 어둠도 일찍 내리는지라 어디를 더 들를 수도 없었다. 해가 좀 더 긴 봄이나, 여름철이라면 인근의 천태산(天台山) 영국사(寧國寺)에라도 들렸겠지만 말이다.

모처럼 먹은 도리뱅뱅이 한판과 더덕막걸리, 국수와 수제비 섞인 어죽 맛이 아주 좋았다. 어느 지역을 찾았을 때, 그 곳의 별미음식을 맛보는 것은 누구나가 느끼는 여행하는 재미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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