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청소년에게 ‘대량살상무기 업체’를 홍보하는 짓은 교육청이 할 일이 아니다
[논평]청소년에게 ‘대량살상무기 업체’를 홍보하는 짓은 교육청이 할 일이 아니다
  •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충남지부
  • 승인 2023.06.02 23: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충남지부

제국주의 열강 국가가 주도하는 전쟁의 가장 큰 피해자는 노동자 등 민간인과 여성, 그리고 청소년, 어린이다. 특정 2개 국가 사이든, 2개 이상의 국가끼리든, 한 국가에서 벌이는 내전이든, 구분 없이 나타나는 ‘진리’다. 인류 역사에서 벌어진 전쟁의 참혹한 현장에서 이미 확인했다. 가장 가깝게, 현재도 진행 중인 이른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도 마찬가지다.

충청남도교육청 논산계룡지원청이 전쟁에 사용되는 대량살상무기를 생산하는 특정 업체를 청소년들에게 홍보하도록 판을 깔아줬다. 지난 5월25일과 26일 양일간 논산시청과 공동으로 주최한 ‘제9회 논산시 청소년진로박람회’ 자리에서다. 박람회가 열린 논산 시민가족공원에 특정 방산업체 2곳이 자신들을 소개하는 별도 부스를 차린 것이다. 문제의 업체는 대량살상무기인 확산탄, 열압력탄, 백린탄 등을 생산한다.

확산탄은 축구장 3개 넓이를 초토화할 수 있는 무기다. 현재까지 피해자의 97%가 민간인이고 그 가운데 66%가 어린이들로 보고돼 있다. 열압력탄은 유효 반경 안에 있는 생물체가 내장 파열 등으로 즉시 사망하거나 순간적으로 타 죽는 무기다. 백린탄은 촛농처럼 피부에 눌어붙어 화학적 화상을 일으킨다. 신체의 지방층까지 녹이고 들어가 열로 인한 화상, 화학적 화상, 중독으로 인한 삼중의 고통을 안기며 죽음에 이르게 하는 극악의 무기다.

특히, 백린탄은 1949년 체결된 제네바협약 상 민간이 거주지역에서 사용이 금지돼 있다. 또 2010년 8월1일부터 발효된 확산탄 금지 협약(CCM, Convention on Cluster Munitions)에는 123개국(2022년 8월 현재)이 가입해 있다. 이들 국가는 확산탄 사용은 물론 생산, 비축, 이전을 전면 금지하고 재고분을 폐기하고 있다. 2021년에는 영국과 독일, 이탈리아, 일본 등 비축 확산탄을 전량 폐기 처분했다.

세계 흐름과 달리, 충격과 공포의 대량살상무기를 생산하는 업체가 한국에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그런데 이들 업체가 청소년들에게 알릴 수 있게, 공적인 자리를 마련해 준 곳이 교육청이라는 사실에 더욱 놀랍다. 언론 보도를 보면, 문제의 업체는 ‘국방군수산업의 메카 논산! K-방산 시대를 열어나갑니다!’라는 문구로 청소년들을 현혹했다. 피부와 인종만 다를 뿐인 다른 나라 청소년들을 죽음으로 몰아갈 수도 있는 살상무기를 만드는 업체 속에서 박람회 주제인 ‘미래의 나를 만나다’가 가능하다고 보는 것인가.

언론을 통한 교육청의 해명은 더욱 가관이다. “지역적 특색을 반영한 업체로 보고 홍보부스를 운영하도록 했다.”라고 하니, 그야말로 충격과 공포다. 교육청의 행정에는 교육적인 가치판단이 1순위 기준이어야 한다. 전쟁 업체가 자신들을 알리겠다고 해도 지역에 있으면 괜찮다는 말인가. 이것은 교육이 아니다. 교육청이 할 일은 더더욱 아니다.

논산교육지원청은 이런 사달이 벌어진 경위를 밝히고, 다시는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교육지원청을 지도, 감독할 책임이 있는 충남교육청은 책임자를 문책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지금, 그리고 언제나 필요한 것은 전쟁, 대량살상무기가 아니라 평화, 또 평화다. 교육청이 해야 할 일은 ‘평화교육’이다. 명심하기 바란다.

2023년 6월 2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충남지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