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동골 산사음악회"
"어동골 산사음악회"
  • 박천수 배재대경영학과겸임교수
  • 승인 2023.09.15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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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천수 배재대경영학과겸임교수
금산 보광사
금산 보광사

아마도 내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무렵인 것 같다.

읍내에서 조금 떨어진 음지리에 사셨던 외할버지는 뒷동네 어둥굴 밭에 첫 수박과 참외농사를 지으시고 제법 높은 원두막 하나를 세우셨다.

그때만해도 수박ㆍ참외서리가 성행되던 옛적이라, 예방이 최선이라 생각하셨는지 경비초소용 원두막으로 높이 지으신 것으로 짐작된다.

그러나 어린 나에게 그 원두막은 무릉도원이었다.

그곳에서는 언제나 그 맛난 과일을 실컷 먹을 수 있었고 세상을 나온지 얼마되지 않은 솜털 나이에도 실제를 떠나 이상을 꿈꿀 수 있는 세상으로 마음껏 여행을 떠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외할아버지 원두막 너머로는 세상의 끝자락 처럼 보이는 미지의 마을이 아득히 보였지만 그 마을을 향한 길은 끊어져 있었고, 어린 나에게 그 너머의 마을은 몹시도 궁금한 세상이었다.

그후 셀수없는 많은 시간이 흐르고 오늘에서야 그 길 너머로 꿈꾸던 파랑새를 찾아 나설 수가 있었다. 그 길 끝자락 산사에서 음악회가 열린다는 반가운 소식을 들은 까닭이다. 이제는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가볼 수 있는 그 곳을 왜 까마득히 잊고 산걸까?

어릴 적 늘 동경하던 그 너머의 길, 파랑새가 사는 그 마을을 이제야 들어서고 흥분을 가라앉힌다.

어둥굴이라 불리었던 그 마을은 초입의 표지석을 보고서야 음지2리 '어동골'임을 이제야 바로 잡았고, 신비스럽게 존재했던 진악산에 맞닿아있는 마을임을 알았다.

그리고 오늘 그 마을 산오름 끝자락에 위치한, 밑턱구름이 머물고 있는 어동골 보광사에서 주지스님과 피아니스트 임동창님의 행자시절 인연으로 산사음악회가 개최된다하니 나에게는 마치 파랑새 음악회가 열리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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