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풍문유사(風聞遺事)-9
[칼럼] 풍문유사(風聞遺事)-9
  • 임 솔
  • 승인 2017.12.05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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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종안 남일우체국장


우리 고을에서 우리말로 돼있던 지명을 한자말로 바꾸면서 잘못된 것도 있고 잘된 것도 있는데 잘된 곳 2곳을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먼저 성곡리(星谷里)에 대해서 살펴보면 한자말 그대로 별 골짝마을이 된다. 이 성곡리를 옛날부터 한글 이름으로는 비실이라고 불렸다. 비실과 성곡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듯 한데 비실이라는 말이 별실에서 온 것이다. 이 별실이 세월이 흐르다 보니 변해 지금의 비실이 된 것인데 이를 한자말로 그야말로 성곡으로 잘 바꾸어 놓은 것이다. 비실 즉 성곡리에는 강처사의 인삼의 유래가 숨 쉬고 있다.

그리해 해마다 인삼축제행사 때가 되면 이곳 개삼터에서 제를 지내고 인삼제를 시작하는데 이는 지명에서 유래된 아주 유서 깊은 것이 된다. 왜냐하면 삼(蔘) 자를 파자를 해보면 알 수가 있다. 별마을 사람들이 키워낸 풀인 것이다. 여기서 풀과 별은 성곡이고 사람은 성곡리 사람인 것이다. 그러니 성곡리에 개삼터가 있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이곳이 인삼의 시초가 된 것은 마을 이름에서부터 유래가 됐다고 보면 된다. 이제부터는 그냥 성곡리에 개삼터가 있고 그 개삼터에서 해마다 의식적인 행사를 한다고만 생각을 할 것이 아니고 오래전부터 우리의 선조들은 지명에 대한 이름을 함부로 짓지 않았음을 알 수가 있다.

다음으로 덕천리(德川里)에 대해서 살펴보면 한자말 그대로 큰 내 마을이 된다. 어릴 때 음대리 사람들은 봉황천을 큰 물가라고 불렀고 지금도 큰 물가 그곳에서 어린 시절 여름을 나기 일쑤였다. 그런데 덕천 대신에 사람들은 더그 내라고 부르고 더그 내 사람들이라고 한다 덕천이라는 말보다 더 친근감이 있고 정감이 가는 이름이다. 이 더그 내라는 말은 더 큰 내에서 왔다.

별실이 비실로 변하듯이 더 큰 내는 더그 내로 말이 변해 온 것이다.

왜 더 큰 내냐 하면 신정천과 봉황천이 만나서 더 큰 내를 이룬다고 더 큰 내라고 불렀지 않았나 한다. 봉황천만으로도 큰 내였는데 이 큰 내에 신정천이 합쳐지니 더 큰 내가 될 수밖에 없었고 그 말이 더그 내로 변화돼 지금까지 온 것이 아닌가 한다. 사람이 살기에 아주 적당한 크기의 내가 흐르다 보니 아주 오래전부터 이곳에서는 사람들이 기거를 했던 것이 아닌가 한다. 지금도 덕천3리 마을 한가운데 고인돌무덤이 있는데 이는 오래전부터 이곳이 살기 좋은 곳이었음을 알 수가 있다. 위에서 보다시피 성곡리와 덕천리는 원래의 마을 이름의 의미를 제대로 했고 그러지 못한 마을 2곳을 이야기해보자.

대표적인 곳이 신천리(新川里) 마을이다. 말 그대로 새로운 내라는 것인데 이 신천리를 새내라고 사람들은 부르고 있다. 여기서 새내를 신천으로 바꾸어 놓았는데 새로운 내는 운하를 파기 전에는 새로운 내가 생길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 새내라고 하니까 새로울新으로 해석을 해 마을 이름을 신천리라고 바꾸어 놓았다. 그러면 여기서 새라는 말은 무슨 의미였을까 을 생각해보면 바로 알 수가 있다.

이 마을에서의 새는 사이 새인 것이다. 즉 봉황천과 보석천 사이에 있는 작은 내라는 뜻으로 사이 내를 그렇게 부른 것이다. 제대로 마을 이름을 바꾸려면 아마 사이間자를 써서 마을 이름을 붙였어야 맞는 것 일 것이다. 이런 마을 이름은 아예 그냥 한글 이름인 새내마을이라고 부르는 것이 더 좋을지도 모르겠다.

또 다른 마을 하나는 새미실이다. 이 새미실을 사미리(士美里)라고 부르면서 선비가 사는 아름다운 마을이라고 자랑을 하고 있는데 이 또한 잘못된 것이라고 본다. 물론 마을 이름을 이렇게 미화해서 부르는 것도 마을 사람들의 바람일 수도 있겠지만 원래 가지고 있는 새미실이라는 아름다운 말을 전혀 다르게 부르고 있으니 그것은 사람에게서 성과 이름을 바꿔서 부르는 것과 같은 것이라고 본다. 새미실은 샘실에서 온 말이라고 본다. 즉 샘이 있는 곳 이 되는데 이 샘실이 변해 새미실로 부르게 됐는데 마을 이름이 갑자기 선비가 사는 아름다운 마을로 바뀐 것이다. 지금이라도 이런 마을들의 원래 이름으로 찾아주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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