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현대판 노예" 할아버지라니!
아직도 "현대판 노예" 할아버지라니!
  • 임 솔
  • 승인 2018.05.09 14: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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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 브니엘 요양원, 복지타운 원장 박진하



'현대판 노예 할아버지'라는 말!

이 말은 벌써 12년이나 지난 2006년 5월 이맘 때 쯤에 대한민국 각 언론에 떠들썩하게 등장했던 말이기도 합니다.

2006년 4월 어느 날 밤, 그 당시 시사 고발 프로그램으로 유명했던 SBS SOS 긴급출동 제작팀으로부터 나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내용인즉슨 '55년 동안 노예로 살던 한 할아버지를 구출했는데 무상으로 평생 모셔 줄 수 있겠느냐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내가 1990년부터 안성에서 소외되고 버려진 이웃들을 우리 요양원에 데리고 왔고 당시도 그러한 많은 분들이 요양원에 계셨기에 아무렇지도 않게 모시고 오시라고 했습니다.

그 다음 날 74세 되신 이흥규 할아버지가 우리 요양원에 오시게 됐는데 이 할아버지는 경기도 화성 어느 동리 부자 집에서 대대로 머슴 생활을 하시면서 무려 55년 동안 학대와 함께 노예처럼 일만 하는 분이셨습니다.

새벽부터 온 종일 밭과 논, 들녘에 나가 일하시고 해가 지고 캄캄해서야 집에 돌아오시는 할아버지의 삶을 SBS 제작팀이 몰래 촬영을 했고 마지막 솔루션 과정으로 우리 요양원에 정착하는 것이었습니다.

이흥규 옹의 방송이 어버이날 무렵 나가자 대한민국은 난리가 났습니다. 부잣집 젊은 주인으로부터 일 못한다고 매를 맞고 노예처럼 365일 단 하루도 쉬는 날 없이 일하는 것은 물론, 잠을 주무시는 곳이 부자 집 옆에 족히 50년도 넘은 다 쓰러져가는 헛간 같은 곳이었는데 후에 나도 그곳을 가봤지만 벽 안팎은 흙으로 돼 있었고 헛간 안벽에는 박정희 대통령 후보 선거 포스터가 붙어 있을 정도였고 흙벽은 곳곳이 뚫려 있어 그곳에서 겨울을 지냈을 할아버지를 생각하니 눈물이 앞을 가렸습니다.

무엇보다 더 놀란 것은 담당 피디가 할아버지 누더기 옷을 갈아 입혀 드리려고 바지를 벗겨 보니...팬티라는 것이 아마도 몇 년은 입었는지 다 삭아 버려 사타구니를 가로지르는 경계선도 없는 치마 같은 것을 걸치고 계셨습니다..

이러한 할아버지의 사연이 방송을 타자 온 나라가 들썩이고 어떻게 알고 왔는지 나의 개인 카페는 그 날 밤 12만 명의 사람들이 몰려와 수백페이지의 글들을 쓰며 분노를 드러냈고 국회에서는 조사위원회를 구성해 국회의원 몇 분들이 할아버지가 살던 집을 방문하고 분노한 사람들이 인터넷을 통해 결사단을 만들어 한밤중에 그 대궐과 같은 주인집에 오물을 투척하는 등 분노를 드러냈습니다.

급기야 그 주인은 구속됐고 6개월의 실형을 감옥에서 살아야 했습니다. 이흥규 할아버지는 지난 12년 동안 우리 브니엘 요양원에서 건강히 잘 생활을 하셨고 지금도 86세의 연세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강건하십니다.

놀라운 것은 그 때 수많은 분들이 전국 각지에서 할아버지에게 엄청난 선물들을 보내 주셨고 직접 찾아 오셔서 격려하신 분들도 헤아릴 수 없을 정도였고 지금 12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할아버지께 선물을 보내 주시는 분들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우리 사회가 이렇게 아직은 살만한 세상인 것입니다.

이흥규 할아버지가 우리 요양원에 오신 후 계속되는 방송을 통해 사회 각지에서 버려지고 노예처럼 이용당하던 지적 장애자 모자(母子)두 가정과 또 여러 사연을 가진 분들이 우리 요양원에 오셨고 무려 5년 이상 우리 요양원에는 현대판 노예들이 많이 오셨습니다.

그리고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하는데 이제 우리는 그 때 그러한 사회적 영향으로 그런 분들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지난 1월 말, TV 조선의 '시그널'이라는 시사 고발 프로그램에서 과거와 같이 무려 40여년을 머슴살이하면서 노예처럼 일만하는 79세 차국노 할아버지를 한 분 모시고 우리 요양원에 위탁을 하게 됐습니다.

이 할아버지도 과거 이흥규 할아버지처럼 비슷한 삶을 사셨고 방송국에서 몰래 촬영한 영상을 보니 부자 집의 머슴으로 연세가 80이 다 되셨음에도 불구하고 새벽부터 저녁까지 한 겨울에도 일만하면서 지내시다 보니 손바닥과 손가락이 다 상하시고 참으로 어려운 삶을 사셨습니다.

이 할아버지 문제로 내가 전라도 광양 할아버지가 살던 곳까지 가서 그 주인 가족들도 만나보고 동네 분들도 만나 보게 됐습니다만, 그 주인은 할아버지의 일생을 그렇게 노예처럼 부려 먹고도 양심이 가책이 별로 없고 갈 곳 없는 지적 장애를 가진 자를 거둬 먹여 살렸다는 변명을 하면서 죄책감 같은 것이 전혀 없었습니다.

어쨌든 차국노 할아버지는 79세가 돼서야 노예처럼 일하던 곳에서 벗어나 자유를 얻을 수 있으셨고 지금은 이제 여느 어르신들처럼 자신의 권리를 마음껏 누리시면서 평안한 노후를 보내시기 되셨습니다.

일평생 일만 하시다가 아무것도 안 하시니 너무 무료해 하셔서 요양원 뒤편 텃밭에 어르신이 좋아하시는 상치, 가지, 고추, 토마토, 수박, 참외 등 여러 작물들을 조금씩 심어 가꾸게 해 드렸고 심심하지 않으시도록 강아지 몇 마리 사서 키우게 해 드렸더니 요즘 너무 좋아하시면서 취미 삼아 일하시고 짐승들과 온종일 어울리시면서 행복한 하루하루를 보내시고 계십니다.

우리 사회에 이렇게 강자에게 이용당하며 억울하게 살아가는 그러한 지적 장애자와 약한 자들이 없도록 감시의 눈을 더욱 크게 떠서 사회 곳곳을 살펴야 하며 저들이 평안한 삶을 살며 인간의 기본적 권리를 충분히 누릴 수 있도록 건강하고 가진 우리들이 배려하는 삶을 살아야 하겠습니다. '현대판 노예'라는 말이 대한민국에서 영원히 사라지길 기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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