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문유사(風聞遺事)-35
풍문유사(風聞遺事)-35
  • 임 솔
  • 승인 2018.07.10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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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종안 남일우체국장



부남에서 넘어오는 목사리재는 옛날에는 오솔길이어서 부남에서 금산장을 보러올 때면 걸어서 넘어오던 목사리재였다.

어느 곳이나 넘어오고 넘어가는 재 밑에는 주막이 있기 마련이고 그 주막에 들려서 막걸리 한 사발 마시는 것이 공수말 사람들이나 대소사람들이었다. 지금도 그 주막 터엔 감나무가 홀로 외롭게 서있는데 아마 가을 홍시 익어가는 때에 막걸리한자 마시면서 홍시로 안주를 한때도 있었으리라 생각이 든다.

그런 정겨운 오솔길은 이제는 넓은 대로가 돼 버스가 오고가고 차량들이 운행이 되는 그런 도로로 변했다. 조금 기다리자 영민이 형 일행이 희명이를 태우고 도착을 했다.

"자 출발합시다." 얼마를 올라가자 오른쪽으로 산봉우리가 하나 보인다. "자 오른쪽을 보세요. 저기 보이는 저 봉우리 이름이 투구봉입니다. 왜 투구봉이라고 했냐면 꼭 투구같이 생겨서 투구봉이라고 했답니다."

"어디 어디"회원들이 눈을 휘둥그레 하면서 오른쪽을 바라보며 찾는다. "투구봉이라고 하면서 투구같이 생기지도 않았네." "보는 사람 마음에 따라 달리 보일수가 있지요. 산새라는 것이 원래 그런 것이고..." "투구같이 생겼구만 안 생겼다고 그래. 자 잘 봐봐. 꼭 투구같이 생겼잖아."

"나는 암만 봐도 투구같이 생기지를 않았네." 올라가면서 갑론을박이 대단하다. 그러면서도 얼굴에는 땀이 송송 배이면서 웃는 얼굴이다. "참 이 맛에 산에 오는 것이지. 이렇게 기분이 상쾌할 수가 없네." "그럼요. 한 달에 한번이라도 산에 오면 산의 기운을 몽땅 받아 기분이 새로워지니 삶의 활력소가 생기는 것이지요." "아, 이 공기 산 아래와 산 위가 이렇게 다르다니 참 좋네요."

모두들 힘들어 하면서도 열심히 오른다. 갈미봉 정상에 다다르니 남으로는 용담댐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고 북으로는 남일면의 형세가 한눈에 들어온다. 발 아래로 펼쳐지는 남일면의 형세는 그야말로 장관이라고 할 수밖에 없었다.

덕기봉 밑으로 자리 잡은 벌대부 건너 더그내 살짝 숨어 있는 초현까지 멀리는 황풍리까지 펼쳐지는 형세가 그야말로 말로 표현하기 힘든 경관이었다. 모두들 가을바람의 선선함과 함께 감탄사를 연발한다. "한번 보세요. 우리 주변에도 이렇게 아름다운 경관이 있는 것을 우리는 모르고 살뿐입니다. 얼마나 아름답습니까, 이 경관이..." "그래요. 성봉에서 바라보던 경관과는 또 다른 모습이네요. 참으로 훌륭합니다. 우리가 사는 이곳이." 정상에서 마음껏 남일면의 모습을 보고는 남으로 용담댐을 보면서 조금 내려오니 정자가 한 채 서있다. 솔재를 넘나들며 보던 능선의 정자인데 막상 직접 와서 보니 관리를 하지 않아 곳곳이 훼손돼 있었다. 그래도 쉴 곳이 그곳인지라서 정자에 올라 다시 한 번 둘러보고 앉아서 배낭에서 싸간 점심을 먹으려고 자리를 펼친다.

"그래도 이렇게 방치가 돼있지만 우리라도 올라와 이용을 하니 좋기는 하네요." "뭐 할라고 이렇게 썩혀 방치를 하면서 이 높은 곳에 정자를 지어. 낭비지 낭비. 이거 하나 짓는데 얼마나 많은 돈이 들어갔겠어." "그래도 지을 때는 다 생각이 있어 지은 것이라고 보는데..." 정자를 가지고 갑론을박이다.

"자 우리가 정자를 가지고 논쟁을 할 필요가 없지요. 이미 지어놓은 것을 어떻게 할 수도 없는 것이니 등산객들이 많이 와서 이용하는 수밖에." "그래요, 우리 이야기나 합시다." "참 그런데 국장님 솔재는 왜 솔재라고해요? 혹 알고 있나요."

"솔재는 나의 시심의 고향이지요. 제 첫 시집의 제목이 솔재가는 길이거든요." "그럼 왜 솔재라고 하는지 알겠네요. 시심의 고향이니까." "생각은 해봤지요. 보통 솔재라고 하면 소나무가 많은 재를 솔재라고 하지요."

그런데 이 산의 이름이 갈미봉이거든요. 칡 갈자에 맛 미자를 써서 갈미봉이라고 하니 소나무가 많아서 솔재라고 한 것은 아닌 것 같고 또 아주 작은 재를 솔재라고도 하지요. 오솔길에서 오는 말과 같이 말입니다. 그런데 이 솔재는 그렇게 아주 작은 재가 아니니까 그것도 맞지를 않지요."

"그럼 어떤 의미로 그렇게 부른다고 봅니까?" "그래서 다시 생각을 해봤는데요. 저쪽 용담댐 밑의 마을 이름이 송풍리가 아닙니까. 한자로 해석을 해보면 바람을 보내는 마을 보낼 송 바람 풍 이렇게 해석을 해보면 한자 중에 바람소리 솔자가 있지요. 송풍리는 바람을 보내는 마을 이곳은 바람을 넘기는 재 뭐 이렇게 해석을 하면 좋을 듯 한데 송풍리가 그런 한자를 쓰지를 않지요. 그래서 그것도 맞지를 않고 차라리 사기소 넘어가는 고개 이름이 솔공재라고 하지를 않는지요. 거기는 소나무가 많으니까 솔공재라고 하는데..." "시심의 고향 솔재에 대한 시를 써놓은 것은 있는지요?"

솔재를 지나며 ...

부뜰레 목사리재에서 한참을 걸어올라 올라 멀리 소꼼산을 바라보며 걸어걸어 갈미봉에 올라보니 시원하다 참 시원하다. 솔재를 가로질러 한참을 걸어올라 올라 멀리 진악산을 바라보며 걸어걸어 부목골 날망에 올라서니 개운하다 참 개운하다 목사리재서 걸어올라 솔재를 가로질러 오포동재 걸어 내려오는 산능선으로 내 작은 삶의 이야기가 곳곳에서 튀어 나왔다.

"그보다도 먼저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이 있지요. 이곳 솔재에서 정동쪽으로 가면은 포항 호미곳하고 위도상 같은 위치에 있지요""아니 포항이 아주 남쪽이 아닌가요?" "대전에서 보면 포항이 이곳 솔재보다 위도상 아주 아래인 것 같은 착각이 드는데 그렇지 않지요. 이곳 솔재도 아주 남쪽이지요."

"그렇게 남쪽이네요, 솔재가..." "그렇습니다. 이곳 솔재가 충청도에서는 가장 위도상 남쪽에 있는 고개이지요. 그래서 써놓은 솔재 시를 한번 낭송을 해보지요." 모두들 좋아라 박수를 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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